09. 19 토,
* 가시덤불이 좋아하는 양분
몇 해 전 중국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하여 길림교구를 방문할 일이 생겼습니다.특별할 것이 없던 일정은 도착시각을 30분 앞두고 급변했습니다.
현지 사정으로 항공기가 착륙할 곳에 내리지 못하고 인근 다른 공항으로 향한다는 안내방송 때문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5시간을 돌아서야 만나기로 약속한 현지 소임 중인 수사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국 방문이 초행인 형제가 수사님에게 걱정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잖아? 졸린 눈 좀 붙이고 다시 나왔지 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틀릴 것이 하나 없는 말입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고민거리를 마주합니다.
출근길에 자가용을 이용할지 지하철을 탈지, 마음먹은 일을 실행에 옮길지 말지, 오늘 저녁 모임에 갈 것인지 아니면 일찍 귀가할지 등등…
사소한 근심까지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때문에 고민과 걱정을 길게 가져가면 우울함에 빠지거나 원치 않는 선택에 끌려가고 맙니다.
나의 일상에서 하느님 말씀을 튼튼하게 키워내는 일은 내 삶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현재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내일에 대한 근심 걱정은 말씀의 숨통을 조이는 가시덤불에 양분을 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 류지인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