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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0 조회수934 추천수13 반대(0)

1982년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입니다. 기숙사 건물의 이름은 대건 관이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대건 관은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억하기 위해서 정한 이름입니다. 1983년에는 새로이 기숙사를 신축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름을 양업 관으로 정했습니다. 이 또한 최양업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정한 이름입니다. 신학생들이 순교하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신학생들이 길 위에서 돌아가신 최양업 신부님을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기꺼이 순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것입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세상의 명예와 재물을 버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내 놓을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해서 많은 분들이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무덤, 순교자들이 죽임을 당한 곳, 순교자들이 살았던 곳을 성지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은 천상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분들은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1982년 여름방학 중에 도보 성지순례를 신학생들과 함께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성지들이 잡초가 우거져 있었습니다. 논과 밭 사이에 있었습니다. 무덤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애써 확인하지 않으면 성지인 줄 모르는 곳이 많았습니다. 33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성지에는 전담 신부님이 계시는 곳이 있습니다. 순례자들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성전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순교자들을 위해서 성지를 조성하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 같지만 그분들의 순교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성지를 통해서 우리들의 믿음을 더 굳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지를 조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순교의 삶, 나눔의 삶, 희생의 삶,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8장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사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 때문에 신앙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나의 욕심이, 나의 게으름이, 나의 자존심이, 나의 이기심이, 나의 교만이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천국에서 순교자들이 보시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너무 쉽게 보이곤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쳐야 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재산과 가족,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이 지켜온 신앙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봉사와 나눔, 우리의 사랑과 희생으로 순교자들의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순교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밤하늘이 있기에 별들은 아름답습니다.”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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