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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어떤 마음 밭?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0 조회수1,095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묵상하다가
          저는 어떤 땅에 해당될까 생각했습니다.
             
          처음 탁 떠오른 생각은 제가 길바닥이라는 거였습니다.
          누구나 왔다, 갔다하는 곳이 길바닥이고
          거기에 씨를 내놓는 것이기에 
          길바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저야말로 하느님의 말씀을 
          저를 위한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남을 위해 읽고 묵상하고 그리고 그것을 강론이나
          인터넷의 말씀 나누기에 올림으로서 
          남에게만 주고 말기 때문입니다.
             
          죽 쒀서 남 준다거나 개 준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어떤 때는 그런 느낌이 들곤 합니다.
          옛날 이유식이 없을 때 
          엄마들이 음식을 씹어 먹기 좋게 한 다음
          자기가 삼키지 않고 애기한테 주곤 하였는데, 
          그것은 사랑이지만 저는 기껏 묵상하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저한테는 적용치 않습니다.
          내가 삼켜야 내가 영향을 섭취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새 사제의 첫 미사가 있었고, 새 사제가
          모든 선을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가난에 대한 강론을 하였는데
          그 강론을 들으면서 그것을 
          제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한 형제를 바라보며
          저 형제가 이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이때 하느님 말씀은 제게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그에게 하시는 말씀이 되고,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남에게 내주고 마는 길바닥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에서는 
          길바닥의 씨를 새가 먹어버리는 것으로 말씀하시고
          풀이에서는 악마가 마음에서 
          말씀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말씀하시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리고 다른 복음에는 없는 <믿지 못하고>라는 말이 
          오늘 루카복음에는 나오는데 
          이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면 악마가 아닐 터이니
          악마가 하느님 말씀을 우리 마음에서 빼앗아간 것은 
          자기 마음에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유에서 말씀하시듯 짓밟아버리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생명과 구원이 있다고 제가 정말 믿었다면
          그 귀한 말씀을 제가 받아들여 마음에 새기지 않고 
          그 역시 무시하고 짓밟아버릴 남에게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강론을 들을 때 
          제가 한 짓은 바로 그런 짓이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을 
          그 형제도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고, 
          그렇게 제가 마음보를 썼다면 
          사랑일 텐데 저는 받아들일 생각 없이 
          그 형제만 그 말씀을 받아들여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그렇잖겠습니까?
          사랑 때문에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나 안 먹고 남 줄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로 
          내가 안 먹고 남에게 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진정 저는 하느님 말씀의 길바닥입니다.
          기꺼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믿음의 뿌리가 없어
          시련이 닥치면 곧 말라버리게 되는 바위도 못되고,
          많은 신자들이 그러하듯 
          하느님의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세상 걱정이나 재물이나 
          쾌락에 억눌리는 가시덤불도 못됩니다.
             
          그래서 이런 제가 
          매일 말씀 나누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이것이 제가 계속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자격이 없긴 하지만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계속 말씀 나누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끄러워하는 염치는 있다고 자위하면서 말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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