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2 조회수1,215 추천수16 반대(0)

지난 주일에 안양에 있는 아론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동서울 지역 레지아 단원들을 위한 교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을 강의하는 것입니다. 도착하니, 단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부득이 1120분까지만 강의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의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강의를 듣는 사람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이나 그다지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의 주제는 성사론이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부족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드러나는 표징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한 자매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서울근처까지만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서울로 가야하기에 자매님을 모시고 운전을 했습니다. 자매님은 개포동 성당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저는 내비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내비는 자꾸만 서쪽을 향해서 안내를 하였습니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니 저는 급한 마음에 개포동성당으로 찍지 않고 개봉동 성당으로 찍었던 것입니다. 개포동 성당으로 내비를 조정하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자매님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들을 귀가 있어야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제 마음이 다른 곳에 있으니 바로 옆에서 하는 자매님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자매님을 개포동 성당에 모셔다 드리고, 명동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주 좋았습니다. 음악도 들을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 숨은그림찾기라는 것을 해 보았습니다. 어린이 신문에 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에는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 안에는 또 다른 그림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제가 찾았던 그림들은 주걱, 신발, 곰방대, 복주머니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어쩌다 숨겨진 숨은 그림을 찾으면 보물을 찾는 것처럼 기뻤습니다.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입니다. 성공, 명에, 권력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참된 지혜라는 그림을 찾기 어렵습니다. 사랑, 나눔, 봉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은 아름답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보물이 많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경쟁과 승리를 위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서 장미꽃을 사가는 남편, 부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자녀들,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 여보! 사랑해 우리가족은 당신을 위해서 기도할게요. 오늘도 힘내세요!’라는 편지를 넣어 주는 아내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숨겨두신 아름다운 그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라는 그림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그 그림을 볼 수 없었고,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않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를 통해서만 전해진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현 인류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현대인의 근원지는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며, 어느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여성에게 '아프리카 이브'라는 애칭을 붙여주었습니다. 사람의 외모가 얼마나 다르든지 간에, 유전자 조사를 통해 인류 가계도를 추적한 결과, 지구상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작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서 70억 현대의 인류는 모두 한 가족임을 과학은 말하고 있습니다.

 

굳이 과학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예수님께서는 이미 2000년 전에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이고, 하느님의 사랑 받는 가족이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 망망대해의 우주에서 지구는 작은 점보다 작습니다. 그 작은 점보다 작은 지구에서 70억 명이 모여 있는 것은 먼지보다 작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편을 가르고, 피부와 종교로 가르고, 신념과 계층으로 가르면서 살고 있습니다. 가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우리는 편을 갈라서 서로 싸우고 죽이는 어리석음을 보여 왔습니다.

 

사제로 지내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잘나고, 능력이 있어서 도와주신 것이 아닙니다. 제가 불쌍하고 가난해서 도와주신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는 길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도와주신 것입니다. 꾸루실료를 함께하신 동기 분들은 23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만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교포 신자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차량도 마련해 주셨고, 한국 음식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는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제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행복했고, 즐거웠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제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안 도현님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는 거라네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 것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군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연탄 한 장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형제요 자매가 될 것입니다. (성소국 직원 연수가 있어서 묵상 글은 26일부터 올릴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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