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어쩔 수 없이 슬픈 운명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7 조회수751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쩔 수 없이 슬픈 운명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스승,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슬픈 운명이었습니다. 만왕의 왕이요 메시아로 이 땅에 강림하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참혹한 십자가형 죽음에 처해질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가 예수님이셨습니다.


 

씁쓸하게도 한때 사랑했던 제자의 배반에 의해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 그것도 무지막지한 악인들의 손에 넘겨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프고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스런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예수님의 슬픈 운명이 그저 슬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좌정하셔야 할 분이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셨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바닥을 친 다음 다시 한 번 위로 올라가십니다. 죽음을 물리치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승천을 통해 원래 계셨던 가장 높은 곳으로 다시 올라가십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우리 인류에게 손을 뻗으십니다. 영원히 사시면서 영원히 이 세상을 다스리실 운명을 지니신 그분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영원한 생명에로 초대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의 운명은 파노라믹 운명의 끝판왕이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장 해피엔딩 끝판왕의 운명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이요 이정표로 삼고 이 땅위를 살아가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운명 역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셨기에 이 땅위에서 우리의 운명 역시 슬픈 운명입니다. 그분께서 쓸쓸히 홀로 십자가를 지셨듯이 우리의 운명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런 일은 그분의 그 큰 슬픔, 그 끔찍했던 고통이 오래가지 않아 기쁨과 환희로 바뀌었듯이 오늘은 비록 우리가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이 슬픔과 고통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내하고 희망하다보면 언젠가 마치도 기적처럼 이 슬픔과 고통이 영광의 축제로 바뀔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지금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힘겨워하고 있을지라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엄청난 박해와 손해를 보고 있다 할지라도 마냥 슬퍼해서만은 안되겠습니다. 때로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할지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머지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인생에도 밀물이 밀려들어올 것입니다. 내 인생에도 반가운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때 슬픔이 기쁨으로, 고통이 은총으로 변화되는 기적을 우리 눈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삶이 술술 잘 풀릴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겠습니다. 신앙생활 열심히 하면 이 지상에서의 축복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치 전쟁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만 그 소나기 같은 총알 사이를 뚫고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겠습니다.


 

불완전함으로 가득 찬 이 육체와 영혼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우리네 인생은 어쩔 수 없이 고통과 슬픔을 친구처럼 옆에 끼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나약합니다. 고통과 십자가는 인생의 기본이요 양념입니다. 고통 없는 인생, 십자가 없는 신앙생활을 이 세상에서 기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