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가위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7 조회수945 추천수8 반대(0)

성소국 직원들과 함께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대형 버스에 20명이 함께 타고 다녔습니다. 버스에는 좌석의 여유가 있기에 사람들은 같이 앉기 보다는 혼자서 편하게 앉았습니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여행을 왔지만 버스의 좌석은 둘이 앉기 보다는 혼자 앉는 것이 편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옆에 누군가 함께 있는 것이 조금은 불편할 것도 같았습니다. 혼자 있어도 손에는 스마트 폰이 있기에 또 다른 세상과 소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류 시화 시인의 표현처럼 난 네가 내 옆에 있어도 네가 그립다.’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추석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고, 조상들에게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것은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고, 도시의 화려함은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은 농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석에 고향을 찾는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에는 예외 없이 건물의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물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수 중에 그런 구조물을 직접 보았습니다. 건물의 최상부에 660톤이 넘는 둥근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초고층 빌딩은 바람이 불면, 특히 태풍이 불면 건물이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물은 건물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구조물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은 바람을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은 스스로는 바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반드시 밑에서 연줄을 조정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연이 줄을 거부하면 연은 곧 땅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중심을 잡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수 중에 조 정래의 시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의 근 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라는 대하소설을 집필하신 분입니다. 중국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었던 정글만리를 집필하신 분입니다. 스스로 황홀한 글 감옥에 20년간 갇혀 살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은 죽을 각오로 글을 쓴다고 하였습니다. 작가란 시대의 나침판이요, 등불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서 치열한 글쓰기를 느낄 수 있었고, 시대의 나침판이 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문학, 사상, 철학, 종교는 현대 문명의 뿌리입니다.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들은 튼튼한 구조물인 가정이 흔들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다면,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가족들이 모여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가족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지만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는 가정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참례하지만 기도의 기쁨은 가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추석을 지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나의 말과 행동이 내 이웃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나침판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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