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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28 월/ 저 낮은 데서 마음을 열고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7 조회수1,046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26주 월 루카 9,46-50(15.9.28)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루카 9,48)



 
The greatest in the kingdom





 저 낮은 데서 마음을 열고

오늘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울타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네트워크가 발달된 때입니다. 그래서 소통이 손쉬워지고 신속해져 많은 유익함을 누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보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종교권력으로 표현되는 수직적 구조의 심화, 힘에 의한 게토의 형성, 이권을 위한 독점과 배타가 심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지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두 번째 수난 예고(9,44-45)와 예루살렘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9,51)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지녀야 할 두 가지 자세, 곧 겸손과 열린 마음으로 품음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예고하시고 그 여정을 시작하시는데도 제자들은 한심하게도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에 대해 논쟁합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수난을 받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제자들은 예수님을 정치적, 현세적 해방자로 보는 그릇된 메시아상을 지녔기에 개인적인 야망에서 나오는 지배욕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시선과 관심사는 아직은 영적인 데로 향하지 못한 채 몰이해와 무감각 상태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제자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9,48ㄱ) 곧 예수님의 이름으로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셈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그분을 받아들여 서로 사이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될 때 하느님 앞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된다고 가르치십니다(9,48ㄷ).

말하자면 주님의 영을 지니며 사는 이들은 세상 사람들처럼 위로만 올라가려는 상승 의식이 아니라 거꾸로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저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을 알아뵙게 되고, 그분을 알아보게 될 때에 참으로 겸손하고 관대하게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정체성은 가난하고 낮은 자이며, 모든 이들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기는 이들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사람을 막지 마라(9,49-50)고 하십니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마음이 아니라 열린 시각과 개방된 자세를 요구하신 것입니다.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 공동체 안에서까지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생각과 행동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m nulla salus)는 폐쇄적인 사고로 신앙을 갖지 않는 이들이나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는 태도나 사회적 지위나 재산소유 정도에 따라 끼리끼리만 모이며 어울리는 삶, 자기 생각에 갇혀 다른 이의 말도 하느님 말씀도 듣지 않는 태도가 그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햇빛을 내려주시고 민족을 초월하여 모두를 구원하시고 해방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판단을 더 중요시하며 다른 이들을 판단하곤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들은 좋지 않은 소문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이웃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며 다가가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영혼조차 맑게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재촉하는 이 가을의 변화를 보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가장 낮은 곳이요, 내 인생도 저 낮은 곳을 향해가는 순례길이어야 함을 깊이 새겨봅니다. 또한 온갖 인간적이고 현세적인 가치나 경험, 나만의 판단으로 닫힌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고 만사만인을 선이신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며 오직 사랑 때문에 편견 없이 모두를 받아들이는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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