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30 조회수864 추천수10 반대(0)

이른 새벽 창문 넘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어느덧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은 이렇게 어김없이 친구가 되어 찾아옵니다. 가을은 우리를 시인이 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우리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부님께서 언젠가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첫째, 단풍은 멀리서 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랬습니다. 치악산에서도, 설악산에서도, 내장산에서도, 제가 살던 동네의 감악산에서도 단풍은 늘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때 아름다웠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는 단풍은 많은 경우에 조금씩 상처를 입고 있었고, 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더러는 벌레를 먹어서 흠집이 있곤 했습니다.

 

둘째, 단풍은 그 단풍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여유가 있고, 아름다워야만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시련의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 이별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는, 지금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사람에게는 그런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살아가면서 그런 경험을 자주합니다. 특히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부족하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단풍은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하늘의 구름과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아름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동양화를 볼 때, 그런 것들을 자주 느낍니다. 산과 그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강물이 되고, 그리고 그 강가에 작은 배가 있으며, 배위에서 고즈넉이 낚시 대를 드리우는 노인이 있습니다. 이런 어우러짐이 어쩌면 동양화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넷째, 단풍은 햇빛을 받아야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단풍의 고운 색을 볼 수 없습니다. 단풍은 햇빛이 밝게 비추이는 때 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역사를 통해서 우리 교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많은 허물과 잘못이 있었습니다. 교회에는 허물이 있고, 잘못이 있고 흠잡을 곳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희생과 성령의 비추임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허물까지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성인 성녀들의 기도와 전구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허물이 없고, 완벽한 관계를 기대하기보다는 허물이 있고, 부족함이 많이 있다하더라고,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성령의 비추임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말씀을 남겨주신 김자문 네레오 신부님과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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