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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목자들 게으름 질타
작성자이부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1 조회수907 추천수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목자들 게으름 질타

 

 

"양 떼 흩어졌는데 찾는 이 없다."

 

 "몸소 나서리라."

 

오늘 이 시대 관점에서 읽었을 때,

에제키엘서의 예언 말씀 중 특히 우리 가슴을 때리는 대목은

‘양 떼’에 대한 탄식과 ‘목자’에 대한 맹타다.

 

 

주로 목자들의 태만과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34장의 말씀은 매섭다.

 

 

이를 빌미로 우리 시대 강력한 위협인 ‘신천지’이단이

기성 그리스도교 목자들을 ‘사탄의 하수인’이라 싸잡아 부정한다.

 

 

‘신천지’의 해괴한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그 힐난의 참뜻을 묵상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중 한 구절

 

 

“산마다, 높은 언덕마다 내 양 떼가 길을 잃고 헤매었다.

내 양 떼가 온 세상에 흩어졌는데,

찾아보는 자도 없고 찾아오는 자도 없다”(에제 34,6).

 

 

이 말씀을 능선으로 삼아 하느님의 개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말씀을 전한 에제키엘이 타임머신을 타고 이 시대에 나타난다면,

하여 지구촌 전 교회를 일주한다면,

과연 그의 입에서는 어떤 말이 튀어나올까.

지그시 눈을 감고 공감해 본다.

 

                                    ▲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

 

빈 수도원

한적한 제단

녹슨 성당 종소리….

믿음의 폐허에 사쿠라(주-거짓) 봄이 찾아왔구나.

 

수도원이 풍광을 팔아 고급호텔로

제단이 운치를 팔아 품격 호프집으로 종탑이 유서(遺緖)를 팔아

관광명소로 개조되더니 초과 호황을 맞아

외지 길손들로 북적거리는구나.

 

어디 갔느냐?

 

 

새벽부터 벌떼처럼 바지런하던 수도자들,

로마군단을 방불케 하던 교계 사제단들,

종소리에 맞추어 어김없이 삼종기도 올리던 내 백성들….

대체 다들 어디 갔느냐.

 

 

슬픔이 북받쳐 말문이 막히네.

못 본 체 하자니 망측한 꼴들에 굳게 감긴 두 눈은 그만 투명창이 되어버리네.

 

 

수도자들, 목자들, 목자 까무리들은

진즉 세속재미를 좇아 뿔뿔이 흩어졌고,

일찍이 맡겨놓은 내 새끼들은 뱃속 공허를 채우려.

 

저마다 무리를 떠나 헛군데를 기웃거리는구나.

 

점집, 명상센터, 마음수련, 사이비종교,

뉴에이지 할 것 없이 ‘짝퉁’ 신당(神堂)마다

내 짝사랑 내 백성들로 바글거리고,

내 딸 내 아들들이 ‘힐링’을 팔아먹는 장사치들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구나.

 

모두들 “흩어진 채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구나(에제 34,5).

 

‘강도들’(요한 10,1 참조)에 미혹되어 죽음의 길로 치닫는구나.

 

청승 끝! 나의 애통은 여기까지.

더 두고 볼 수 없어, 내가 몸소 나서리라.

 

나, 몸소 내 양 떼를 먹이리라.

 

나, 몸소 그들에게 안식주리라.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주리라(에제 34,16).

 

이는 나의 말이라 어김이 없다.

 

언제? 어떻게? 하늘 아버지만이 아시는 비밀이겠지만,

각자 불린 소명과 열정만큼의 몫들이 배당될 것임은 예감해야 하리라.

(차동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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