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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7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4 조회수872 추천수8 반대(0)

 며칠 전에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이제 바람에 나뭇잎은 속절없이 떨어질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야만 나무는 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욕심 때문이고, 욕심은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예전에 명동거리를 걸을 때입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가는 연인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신발에 껌이 묻었던지, 남자에게 이야기 합니다. 신발에 껌이 묻었네. 남자는 기꺼이 무릎을 꿇고서 사랑하는 여인의 신을 벗겨서 신발에 묻은 껌을 떼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발에 신을 신겨주고, 다시 다정한 모습으로 길을 걸어갔습니다.’ 가을바람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랑하기에 무릎을 꿇을 수 있었고, 신발에 묻은 껌을 기꺼이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배우자들께서도 아마 그러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여동생과 함께 시골 외할머니 댁엘 갔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고, 저는 시골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고추, 마늘, 깨를 보자기에 담아 주셨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그 짐들은 모두 어머니가 양손에 들고, 오셨습니다. 아버님은 담배를 하나 들고 길을 걸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그런 것을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짐을 들지는 않으셨지만 아버님께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지극한 정성으로 아버님을 대하셨습니다. 아버님도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어머니를 사랑으로 대하셨습니다.

 

부부는 무엇 무엇 때문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신발에 묻은 껌을 떼어 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짐을 대신 들어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것은 꼭 부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신앙인들은 바로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부부는 그럴 수가 있나!’라는 마음으로 살아서는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올 수가 있나.’라고 생각하면 원망과 미움이 생겨납니다. 그러면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늦을 수도 있지, 안 들어 온 것은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용서하게 되고, 용서하면 사랑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갈릴래아 호수는 요르단 강을 통해서 물을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 보냅니다. 그럼에도 호수는 늘 생명이 넘쳐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해는 늘 물을 받기만 하지만 아무런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습니다. 저는 두 호수를 바라보면서 생각하였습니다. 사랑은 받으려고 하지 않고, 주려고 할 때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주려고 할 때, 가정은 생명이 넘쳐나는 갈릴래아 호수처럼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부부가 서로에게 받으려고 한다면 가정은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로 왔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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