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맡겨진 존재
심리 상담을 하면서 한 사람의 내면을 만나기 위해서 하는 일이 바로 그가 관계맺는 사람들에 대한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사람이란 존재는 수많은 관계들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파도는
수많은 관계들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하고, 그로 인해 가리움없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이건,
기쁘게 한 이들이건, 그들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 그 관계를 빼놓고 나 자신이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관계의 틀이야말로 우리들의 삶의 이유와 목적과 시간들의 열매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십자가 죽음 앞에서 ‘제게
맡겨준 이를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고백한 예수님의 말씀은 정말 삶으로 사랑한 이의 절절한 고백입니다.
예수님은,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관계에 열려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우주의 흐름과도 같음을 깨닫게 해 줍니다.
지극히 작은 존재인 저 또한 저를
관계 안으로 받아들여 준 무수한 만물과 사람들의 너그러움에 힘입어 이렇게 존재하고 살아감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이러한 관계 안에 존재하게
하시는 이유는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시고, 사랑 안에서 살아가라는 뜻이겠지요.
우리 삶은 이러한 소명을 깨달아가는 여정일 터이고요. 그분께서
가리키는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걸어가길 바랄뿐입니다.
-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