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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5 월/ 먼저 이웃이 되어주는 사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4 조회수960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27주 월 루카 10,25-37(15.10.5)


“누가 이웃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느냐?”(루카 10,36)



The parable of the good samaritan





 먼저 이웃이 되어주는 사랑

사람들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것에 대해 말할 때 객관성이나 보편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사랑이나 진선미(眞善美)에 대해 말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그런 언어들이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습니다. 또 조건 없고 한없는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사랑을 실천할 때에는 그에 따르는 영예나 이익, 사람들의 반응을 무의식중에 따지거나 나와 더 가까운 사람들, 우리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만 집중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10,25) 하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한 율법대로 하면 네가 살 것이라고 하십니다(10,28-29).

율법교사가 자신의 정당함을 드러내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10,29) 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유대인들에게 형식적인 질문일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오직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만이 이웃이었으며 이민족은 당연히 원수였고 구원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어버린 사람의 예를 들어 그들의 배타적인 구원관을 깨뜨리십니다. 사랑한다면 조건 없이 범위를 정하지 않고 누구나 사랑해야 합니다.

외국인인 사마리아인은 초주검이 되어 있는 사람을 보고 지나쳐버린 사제나 레위인과 달리 그에게 극진히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그는 유다에서 괄시 받는 외국인이었고 자칫 강도 사건에 휘말려 혐의를 뒤집어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도와달라고 청하지도 않은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습니다(10,33). 그뿐 아니라 그는 떠나가면서도 여관 주인에게 그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사랑 실천은 누가 내 이웃인지를 정하고 난 다음에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나와 가까운 사람이든 아니든, 동족인이든 외국인이든,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의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 참 사랑입니다. 나의 이웃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이웃이 되어주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하느님의 창조 이래 모두가 다 형제요 이웃인 것을 이웃과 이웃이 아닌 사람을 가르는 것은 사랑과는 거리가 먼 태도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이를 그리스도와 동일시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측은한 생각을 품었고, 그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그의 애정을 보여주었습니다(2첼라노 83).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의 애정 어린 눈길 밖에 두지 않았으며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동료 인간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 생명과 죽음에 이르는 모든 피조물을 품어 사랑했습니다. 우주적인 이웃이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랑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잣대와 편견과 울타리를 가지고 저울질하며 사랑하고 있습니까? 사랑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으며, 인간을 배제하거나 인간보다 자본이나 다른 가치를 우선시하는 그 어떤 선택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차별과 갈등, 이념에 따른 분열과 적대시, 인간의 존엄을 자본 아래 두려는 가슴 아픈 현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오늘도 누가 이웃이냐를 묻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사고를 떨쳐버리고, 조건 없이 먼저 다가가 기꺼이 자신을 건네주는 또 다른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힘쓰는 날이 되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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