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05 월,
* 사랑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손길
‘사는 게 다 죄죠’라고 어르신들이 고해실에서 읊조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자신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아프게 만들거나 상처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도, 게다가 그래도 사랑해야지 결심했던 적도 있는데 왜 그리 쉽게 다른 이를 아프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나 자신이 마음으로 사랑의 결심은 하지만, 사랑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앞으로 잘할게’라는 말에 ‘어떻게 잘할건데’라는 물음이 오가듯,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할 것에 대한 고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아주 구체적이고, 자신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사실 작은 배려 하나에 사람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사랑하겠다고 마음먹고 다가갈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고민하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는 늘 생기가 넘칩니다.
막힘이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목적에 따라 묵묵히 걸어갑니다.
생각에만 머무는 이는 거기까지에서 그치지만 사랑하는 이는 열린 마음으로 늘 새롭게 다가가고 용기 있게 손을 내밉니다.
강도를 만난 이에게 주저없이 다가갔던 사마리아인의 손길처럼….
문득 제 손을 바라봅니다.
-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