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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7 수/ 땅이 하늘이 되도록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6 조회수1,068 추천수4 반대(0) 신고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 수 루카 11,1-4(15.10.7)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루카 11,2)



The lord's prayer



 

 땅이 하늘이 되도록

오늘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 2절을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게 해달라고 청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 누구도 스스로 거룩하게 될 수 없으며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날 때 그 거룩함으로 인하여 거룩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성 프란치스코처럼 그분의 비추심으로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넓고 당신의 약속이 얼마나 길며, 위엄은 얼마나 높고 판단은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해달라고 청해야겠습니다(‘주님의 기도’ 묵상).

하느님께서는 인간적이고 지상적인 모든 것을 비추어주십니다. “영원한 분이 일시적인 것을, 불멸이 변천해가는 것을, 천상의 분이 지상적인 것을, 자비로우신 분이 인색한 자를,창조주가 피조물을, 공고하시고 안전하신 분이 흔들리고 불안한 자를, 평화로우신 분이 산만한 자를 비추어주십니다.”

우리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19,2)는 부르심에 따라 세례로 거룩해진 그 거룩함을 매일 이어가야 합니다. 내 힘과 뜻이 아니라 그분의 거룩함이 내 안에서 드러나도록 영혼을 깨끗하게 하며 주님의 말씀을 경청함으로써 그분의 영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나 됨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11,2) 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여기서 ‘나라’는 공간이나 영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나 ‘지배’를 의미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치해주시는 “그곳에는 주님께 대한 또렷한 바라봄이 있고, 주님께 대한 완전한 사랑이 있고, 주님과의 복된 사귐이 있으며 주님의 영원한 누림이 있습니다.”(‘주님의 기도’ 묵상)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 25,34) 하고 초대하십니다. 아버지의 나라를 차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 모든 것은 지혜롭고 질서를 잡고 사랑의 나라가 도래할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온 마음과 정성과 혼을 다해 실행할 때 땅이 하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이 드러나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도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그저 내면의 평화를 찾고 다른 사람보다 더 거룩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기도는 개인차원의 청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을 지닙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나 홀로 문제없이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나라가 결코 아닙니다. 그 나라는 모두가 연대하여 함께 하며 서로의 아픔과 고통, 말 못하는 한숨소리, 인간 존엄성의 침해, 경제적 사회적 불의, 온갖 차별과 박해가 없는 살맛나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자본의 우상화, 인간을 도구화하는 노동,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 중심의 사회, 국민의 인간다운 삶보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정치, 생명이 경시되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생태환경의 심각한 파괴, 교회마저도 상업화의 길로 치닫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이런 삶의 자리에서 과연 주님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날 수 있을지, 아버지의 나라가 왔다고 할 수 있을지... 하느님을 반사하는 거울이 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며 사는 자신을 보며 가슴을 치는 오늘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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