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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10 토/ 참 행복의 정원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09 조회수1,04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27주 토 루카 11,27-28(15.10.10)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



Jesus said "Blessed rather are those who hear the word of God and obey it."



 

 참 행복의 정원

가을이 깊어갑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벌써 단풍이 예쁘게 들어가는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상록수가 아닌데도 바로 잎이 말라가거나 파란색 그대로인 나무들도 봅니다. 그것은 그곳에 햇빛이 잘 드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 환경, 하느님과의 관계 형성과 그 질에 따라 행복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루카복음에만 나오는 오늘복음의 상황어는 예수님을 낳아 기르신 성모님께서 예수님과의 혈연관계 때문에 복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신앙인들이 복되다는 뜻으로 전해졌을 것입니다. 그와 달리 루카 복음사가는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아 기르신 분이기에 복되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신앙인이셨기에 복되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능력과 영으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신 다음 군중들에게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군중 가운데 한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성모님을 칭송합니다. 여기서 신체 일부로 인격 전체를 가리키는 히브리어법에 따라 모태와 가슴은 ‘어머니’를 가리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복되신 분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그 어떤 현세적 이유가 아니라 구세주요 메시아이신 예수님, 곧 사랑을 잉태하고 낳으신 것만으로도 모두의 칭송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덧붙여“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11,28)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을 품고 예수님과 내적으로 일치를 이루는 것도 칭송받을만한 일이지만 더 나아가 사랑과 진리와 생명이신 말씀을 끊임없이 듣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욱 축복받을 일이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행복과 생명의 뿌리이신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분의 영을 향하여 자신의 전 인격을 향하여 들어 그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말씀과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그분과 함께하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하느님과의 거룩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이 말씀의 들음이 곧 성사(聖事)입니다.

“말씀을 지킨다”는 말씀을 들어 마음에 새긴 그 말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사랑이요 행복의 길인 말씀을 들어 실행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세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마치 천국 가는 입장권을 받은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씀을 귀로만 듣고, 홀로 말씀에 대한 감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참 행복이 아님을 알아차려야겠습니다.

말씀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바로 그 순간, 그 자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참 행복의 정원입니다. 이 정원은 로맨틱한 곳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 주변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소외된 이들, 버려진 이들,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이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생존의 위협과 핍박을 받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아직 말씀을 실행하는 행복한 이들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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