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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아름답고 충만한 마리아의 신앙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11 조회수943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름답고 충만한 마리아의 신앙


 

한 수도회의 종신서원식에 참석했을 때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보통의 수도자들은 종신서원식 때 교회와 웃어른 앞에서 청빈, 순명, 정결 세 가지를 서원합니다. 그런데 그 수도회에서는 두 가지를 덧붙이더군요. 세상 사람들에게 수도자로서 신분을 알리지 않겠다는 서원, 그리고 그 어떤 명예직이나 고위직도 맡지 않겠다는 서원 말입니다.


 

그들의 특별한 서원을 바라보던 저는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깨달음 한 가지가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서원은 바로 ‘나자렛의 영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년 동안 묵묵히 공생활을 준비하신 예수님의 영성, 예수님 못지않게 더 깊은 침묵과 희생 속에 구세사에 기여한 마리아의 영성 말입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나자렛에서 삶이었지만 하느님을 향한 굳센 믿음과 샘솟는 기쁨을 간직한 채 꿋꿋이 신앙의 길을 걸어갔던 나자렛의 마리아를 기억해봅니다. 그녀의 삶은 마치도 깊은 산속에 홀로 피어난 ‘숨은 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바라봐주던 그렇지 않던 환한 얼굴로 그리고 묵묵히 제 자리에 서 있던 작은 풀꽃 같은 마리아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나자렛 영성은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일원이 되어 생활하고 계심을 굳게 믿는 영성입니다. 하느님께서 때로 구차스럽고 때로 죄 투성이인 우리 인생에 매일 동행하심을 확신하는 영성입니다. 나자렛 영성은 매일 되풀이되는 작은 사건들과 매일일 일상적으로 맺고 있는 동료 인간들과의 관계를 하느님과 연결시키는 영성입니다. 나자렛 영성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삶이 내게 호의적이거나 적대적이거나 개의치 않고 꾸준히 기도하는 영성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나자렛 영성의 원조이자 여왕은 바로 나자렛의 마리아입니다.


 

마리아는 평생토록 나자렛에 몸담고 살았습니다. 어찌 보면 나자렛은 심심하기 그지없는 한적한 동네였습니다. 정치·경제·문화의 일 번지인 예루살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어제 같은 오늘이 매일 반복되는 그저 그런 동네였습니다. 몇 달이 지나가도 신나는 일도 특별한 구경거리도 없었습니다. 대단한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세상, 그렇지만 삼시새끼 먹고 살기 위한 세상 사람들이 작은 몸짓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오늘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상을 반복하는 각자 삶의 자리와도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그곳, 대단한 변화나 특별한 광경이 없는 바로 그곳 나자렛에 하느님께서 숨어계셨습니다. 오늘도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첫째가는 협조자이신 마리아께서 우리들의 지루하고 고달픈 나자렛에 함께 살아가십니다. 나자렛의 마리아께서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영성으로 변화시킬 줄 아셨습니다. 때로 자질구레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의 일들에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줄 아셨습니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매일 삼시새끼 성가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식탁을 차리셨습니다. 매일 쌓이는 빨래 감을 머리에 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을 공동 우물로 향했습니다. 매일의 가난과 노동, 은둔과 침묵, 인간적 상처와 갈등들도 하느님과 연결시킬 줄 알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충만한 마리아의 신앙을 향해 예수님은 이렇게 외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장 27-28절)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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