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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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주기도의 열매
작성자이순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12 조회수3,862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묵주기도 성월이라 그런지 작년에 작고하신 한 어머니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분은 평생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사신 분입니다.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직장생활을 하며 아들 둘을 열심히 키웠습니다. 그런데 장성한 큰 아들이 신혼 초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작은 아들마저 지병으로 사회활동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하느님을 원망하며 애통해야 하는데, 그분은 그 아픔을 성모님처럼 안으로만 삭히셨습니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예수성심을 위로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인 한 심심단체에서 철야기도 모임이며 여러 가지 봉사를 도맡아 하시다 가셨습니다.


차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종내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병든 아들과 함께 살면서 한숨을 쉬거나 그분의 어두운 얼굴을 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자신이 먼저 죽으면 병든 자식이 혼자 남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 하셨습니다. 그분의 그 밝고 꿋꿋한 모습은 성령께서 함께하시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는 것을 늘 느끼며 함께 일을 하다 저는 그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그 어머니께서 아들과 번갈아 병원에 입원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아들도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분의 간절했던 기도를 하느님은 응답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시면서 아들과 자신이 죽으면 연미사를 드려달라고 어느 수도회에 이천만원을 미사예물로 봉헌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가난했지만 부자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 준비를 하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리셨겠지만, 아들이 투병생활을 하면서부터 어머니와 아들 죽음 준비를 미리 해 놓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형편에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모았을까? 지인들은 궁금해 하지만, 자신과 아들의 하늘나라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근검절약을 하셨는지 가끔 방문하던 때의 모습이 선합니다.


요즘도 가끔 그 밝고 쾌활하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팔자는 행위가 만든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렇게 인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셔서 인지 죽은 이들 위한 기도 중에조차 나타나지 않으십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묵주기도의 열매, 신앙의 열매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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