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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22 목/ 갈라진 마음을 태우는 불꽃을 피우며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1 조회수1,326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29주 목 루카 12,49-53(15.10.22)




Jesus: A cause of division





 갈라진 마음을 태우는 불꽃을 피우며

다문화, 다종교, 융복합화의 시대에는 복음의 가치나 종교의 신성성이 더 이상 절대성을 지닌 실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신앙공동체나 수도공동체에서조차 신앙의 진리, 살아내야 할 삶의 본질 등이 각자의 생각이나 취향에 맡겨지는 현상은 이제는 일반화되어가는 듯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속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12,49) 하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불’은 하느님의 말씀과 종말에 이루어질 하느님의 결정적 과업인 심판, 그리고 성령, 하느님의 보호하심, 그리스도, 박해와 환난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하느님 나라 선포가 ‘불’처럼 널리 퍼지기를 열망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하느님의 심판을 부르는 도전으로 다가오며 그에 대한 선택과 결단을 요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12,51)고 하십니다.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마태 10,12) 하신 예수님께서 왜 평화를 주러 오시지 않았다고 하셨을까요? 이 말씀의 의도인즉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란 거짓 예언자들이 꿈꾸던(예레 6,14; 에제 13,10) 물질적이고 손쉬운 평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시고 행동으로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는 현세 질서를 따라 사는 이들에게는 갈등과 분열을 가져다줍니다. 하늘나라의 선포는 혈연에 따라 사는 가정에 충돌을 가져다주고, 물질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사회질서에 혼란을 가져다줍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과 따르지 않는 사람, 사랑을 받아들여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의 선물인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심판이 되고 분열의 계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런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하느님의 마음속을 인간이 알 수 없고 영이 아니고서는 영이신 하느님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12,50) 하십니다. 모든 사람들을 덮치는 심판을 언급하시면서 당신 자신에게도 영향을 줄 심판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이 세례는 물로써 이루어지는 세례가 아니라 당신의 생명을 되돌리는 십자가상의 죽음을 뜻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구세주로서 완수하셔야 할 사명인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미리 아시고 초조해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면서도 마음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는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곧,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앞세워 교만에 빠졌거나 아니면 그분과 일치함으로써 누리는 진정한 평화 상태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늘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말씀으로부터 멀어진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고통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매순간 우리는 이런 분열과 갈등의 고통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따르는 길에는 중립 지대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 분열을 일으키시는 하느님의 손길 앞에서 행복의 길로 가는 선택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사랑이신 그분을 품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랑의 불꽃이 내 안에 자리잡을 때 비로소 육(肉)의 정신이 아닌 주님의 영(靈)에 따라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불은 나의 이기심과 탐욕, 애착, 분노, 편견과 왜곡된 사고의 틀을 태워 사랑으로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 주님, 제 영혼과 이 사회에 당신 사랑의 불꽃을 피우시어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품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아멘.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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