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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26 월/ 묶인 것을 풀고 떠나는 자유여행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5 조회수909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30주 월 루카 13,10-17(15.10.26)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루카 13,12)



Cure of a crippled woman on the sabbath





 묶인 것을 풀고 떠나는 자유여행

가을은 떠나고 비우는 자유로움의 계절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며 한 해 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순간 생각과 습관, 물질과 눈앞을 아른거리는 현상들, 다른 사람들의 언행들에 매이고,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작동들에 나를 맡기며 살아왔는지! 오늘 복음에 비추어 다시 모든 매인 것들로부터의 떠나는 자유여행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묶여 시달린 탓에 허리를 펴지 못하는 곱사등이 여인에게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고 말씀하시면서 “손을 얹어” 고쳐주셨습니다(13,11-13). 그러자 그녀는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13,13).

회당장을 비롯해 안식일법의 엄격한 준수를 주장하는 위선자들은 예수님의 처사를 보고 분개하며 이의 제기를 합니다(13,14). 회당장은 안식일에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게 해주면서도(13,15), 그토록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여인의 병 치유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들은 인간 사랑을 위해 정한 안식일법으로 짐승들에게는 도움을 주면서도 오히려 사람을 구속하는 모순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법으로 인간을 구속하려는 이들과는 달리 병마에 사로잡힌 여인을 ‘아브라함의 딸’(13,16)이라 부르시면서 그를 최대한 존중해주십니다. 그분께서는 이렇듯 극진한 사랑으로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치유해주신 것입니다. 이렇듯 사랑은 얽히고 매인 것을 풀어주고, 아픈 데를 치유해주는 열쇠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주시는 예수님과의 일치야말로 해방의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로마 8,13) 육에 묶여 주님의 영이 아니라 온갖 애착, 탐욕,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 자기중심적 사고를 고집하며 살아간다면 하느님 안에서의 자유를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묶임은 벽을 만들어 나를 가두어 자기폐쇄와 죽음으로 내몰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생애 초기에 귀도 주교 앞에서 옷을 벗어 부모에게 돌려주고 ‘이제부터는 하늘에 계신 분을 아버지라 부르겠노라’며 가족으로부터 떠나 평생 ‘소유 없이’(sine proprio)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하느님 앞에서 모든 것을 벗어 던짐으로써 가난한 자 되어 하느님을 차지하여 복음적 자유를 누렸던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도 신선한 가을 공기와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며, 하느님께서 주신 내 영혼을 칡넝쿨처럼 얽어매고 있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떠났으면 합니다. 떠남은 자유를 가져다주고 육이 아닌 하느님의 영 안에서 참으로 가난한 자 되어 ‘있음 그 자체로’ 행복을 누리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행복이 참 자유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면, 먼저 내가 무엇에 묶여 있는지 살펴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묶인 것은 사랑으로 풀어내고, 붙들고 있는 것은 믿는 마음으로 내려놓으며, 마음속 걱정 근심을 비워내는 자유여행을 떠나야 할 때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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