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낡은 율법보다 사랑의 자비가 /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6 조회수694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십계명을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계명으로 나눌 때,

안식일 준수는 보통 하느님에 대한 것으로 분류되지만, 여기에는 특별한 게 있다.

하느님께서는 안식일을 당신께 축성된 날로 지내라면서, 아울러 이웃을 돌보라신다.

그리고 그분께서도 엿새 창조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기에 이 날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단다.

 

법을 지키는 주체는 자유민인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각자에게 딸린 가족과 일꾼들에게도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할 게다.

이 안식일 계명은 주간의 하루를 주님께 봉헌하라는 규정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의 인권도 존중할 것을 명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안식일은 우리 자신은 물론 배려해야 할 딸린 이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시면서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이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를 치유해 주셨다.

그곳 주인장인 회당장은 분개하여 말하였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루카 13,14ㄴ)

 

그는 짐승들의 처지는 잘 배려하면서도,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면서 처절한 삶을 이어 온 여자를

안식일에 사탄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키신 예수님의 치유 행적을 단죄하는 이율배반을 범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강하게 이르셨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루카 15ㄴ-16)

 

그 회당장은 사람보다 제도를 더 사랑했다.

물론 예수님께서도 이 여인의 병을 안식일이 아닌 다음날 고쳐주실 수 있으셨겠지만,

오늘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를 내일까지 연기하지 않으셨다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녀를 낫게 하셨다. 오랫동안 여인을 붙잡고 있던 병마를 한마디 말씀으로 몰아내셨다.

그 여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안식일이었을 것이다.

주님의 살아 있는 은총을 만난 그 여인이야말로

어떤 율법 학자보다 더 깊이 안식일의 해방을 체험하였으리라.

 

우리도 주위에서 치유 받은 그 여인처럼 잔뜩 움츠린 채 살아가는 이들을 가끔 만나게 될 게다.

그들은 물리적인 이유나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게 살아간다.

경제적인 문제나 열등감도 그러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리라.

우리 신앙인은 그들의 움츠린 허리를 펴게 하여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건을 따져서는 안 될게다.

사람을 살리고 일으키는 데에 굳이 유일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변치 않을 사랑일 게다.

 

한 주간의 모든 근심을 주님께 맡기고 삶의 힘겨움에서 벗어나 그분 안에서 쉬는 시간이 주일이다.

하루 내내 자고, 텔레비전을 보고, 공기 좋은 데 놀러 다닌다고 해서 잘 쉬는 것은 아니다.

세속의 온갖 혼잡함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침묵 속에 기도하며 ‘영적 쉼’의 시간을 가질 때 진정한 쉼이 된다.

우리는 반드시 하느님 안에서 쉬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상에 살면서도 뒷날의 ‘영원한 쉼’의 날을 미리 맛보며 살아야만 할 게다.

그래야 주님의 나라가 그리 낯설지 않을 테니까.

 

기적은 사랑이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은총이다.

굽은 허리 때문에 숨어 지냈던 여인이었지만 기적 같은 은총을 체험했다.

그만큼 긴 시간의 고통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매일매일 회당을 지키는 것이 직업이었던 회당장은 꾸중을 들었다.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모르는 회당장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주일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게다.

허리가 굽었던 여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혜의 안식일이었다.

낡은 큰 율법보다 작은 사랑의 자비가 더 훈훈한 삶의 모습으로 이 시각 우리에게 안기는 것 같다.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