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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0.30 금/ 넓고 애정 깊은 눈으로 품는 사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29 조회수95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30주 금 루카 14,1-6(15.10.30)

“내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았으면 하는 심정입니다.”(로마 9,3)



 
Healing of the man with dropsy on the sabbath





 넓고 애정 깊은 눈으로 품는 사랑 

하느님으로부터 지음 받은 우리는 늘 그분 안에서 숨 쉬고 그분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만의 기준과 관점으로 남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가리느라 전체를 보지 못합니다. 이는 성경말씀을 읽을 때나 기도할 때, 그리고 사랑의 행위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말씀에서 보여주신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의 태도를 통하여 우리 삶을 가다듬어 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병자를 고쳐주실 때와(6,6-11) 곱사등이 부인을 고쳐주실 때(13,10-17) 바리사이들과 논쟁하신 바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안식일법의 준수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수많은 율법규정을 뛰어넘어 그 근본정신을 말씀과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뿐 아니라 죽일 계획까지 합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사는 방식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율법에 박식했을 뿐 아니라 열심히 지키려 힘쓴 충실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자신들의 종교적, 정치적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 예수님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들처럼 뭔가 책을 잡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있었으며, 예수님의 가르침이 옳음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은 채 지켜보는 소극적 방관자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안식일에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음식을 드시게 되었습니다. 이때 바리사이들이 꼬투리를 잡으려고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14,1).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안식일에 수종병자를 고쳐주어도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물으신(14,3) 다음, 그들이 답변을 못하고 잠자코 있자 병자의 손을 잡고 고쳐주셨습니다(14,4).

바리사이의 법에도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에는 안식일법을 유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종병처럼 위급하지 않은 병을 안식일에 고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기에 시비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적극적 반대자가 아니라 기회주의자나 소극적 방관자였을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이런 바리사이들의 속셈과 행태를 잘 아시고 그들이 율법의 근본정신인 사랑과 동떨어져 있음을 아시면서도 초대를 거절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하시며 생명의 밥을 같이 나누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그들의 그릇된 생각을 직접 지적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에 대고 살아야 할 사랑의 본질과 진리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바리사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예수님의 사랑법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스라엘이 그리스도로부터 떠나 있음을 보며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로마 9,2)을 느끼며, “육으로는 내 혈족인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9,3)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그리스도로부터 떠나 있는 겨레를 보며 차라리 자신이 하느님의 저주를 받고 버림받는 것이 낫겠다고 하며, 그들을 위해 어떤 고통도 달게 받겠다는 결심을 밝힙니다. 그의 마음은 위대한 사랑 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만나는 사람과 접하는 사건을 어떤 눈으로 보고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예수님의 ‘사랑의 관대함’, ‘모두를 살리는 함께함과 마음의 경청’,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를 떠난 이스라엘에 대해 보였던 위대한 사랑이 절실한 때입니다. 더 넓은 ‘긍정의 시각’과 더 따뜻한 ‘사랑의 품음’으로 서로를 치유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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