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0.31 토/ 저 낮은 곳을 향하여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30 조회수977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30주 토 루카 14,1.7-14(15.10.31)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Conduct of invited guests and hosts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돈과 힘의 환상을 좇는 오늘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알리려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밖의 힘과 자극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만족감을 느낄 뿐 아니라 자기계발과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끝없는 경쟁을 부추기며 영성이 빠져버린 힘의 늪으로 우리를 내몹니다.

이런 사회 문화적 변화 속에 성형수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광고의 홍수 속에 ‘햄릿 증후군’이라는 선택 장애에 걸리기도 하며,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행복한 삶의 모습을 접하며 오히려 우울해지는 ‘카페인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기중심적이고 튀고 싶은 움직임의 부작용인 셈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의 비유를 통하여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가르치십니다.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 하고, 달리고 잡고 소유하려 들며, 세상의 힘을 통하여 다른 이들보다 더 높고 나은 자리에 오르려 하고 더 인정받으려는 이들에게 이 말씀은 매우 비현실적인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윗자리에 앉지 마라”(14,8)고 하시며, 그렇게 할 때 “영광스럽게 될 것”(14,10)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의 질서는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름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삶은 상석(上席)을 추구하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낮추고 작아지는 가운데 하느님을 드러내는 가난하고 겸손한 삶이 되어야 합니다.

겸손이란 하느님과 관계없이 자신을 비하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자신의 장점을 부인하는 태도도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 앞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하느님과 비교하여 자신을 낮추는 것이 제자다운 참 겸손입니다.

낮춤도 비움도 작아짐도 그 안에 예수님이 계셔야 하는데 자신의 힘과 의지에 따라 그렇게 움직인다면 겸손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 기쁨과 평화는 예수님 때문에 그분과 더불어 낮추고 작아질 때에 찾아듭니다. 낮춤으로써 높아지는 겸손이야말로 영으로 가난한 자의 향기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도 권고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천하고 무식하며 멸시받을 자로 취급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칭찬과 높임을 받을 때도 자기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종은 복됩니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 있는 그대로이지 그 이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 의지로 높은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이들의 발아래 있기를 늘 열망하는 그런 종은 복됩니다.”(권고 19)

우리 모두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재물과 권력의 힘에 의지하지 말고, 예수님과의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으며 기꺼이 낮은 자로 살아갑시다. 낮은 자로서 모두를 섬김으로써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도록 해야겠습니다. 저 낮은 곳에서 저 높은 곳으로의 역전이 일어나는 거기에 참 행복이 있음을 잊지 맙시다. 정치가들과 자본가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도 귀를 막고 저 높은 곳에서 자만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고 사회적 약자들 곁으로 다가가는 ‘저 낮은 곳으로의 축제’를 벌여야 할 때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