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0-31 조회수709 추천수11 반대(0)

예비 신학생을 도와주시는 담임 수녀님들과 함께 라만차의 사나이라는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수녀님들께서도 좋아하셨고, 저도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돈키호테의 이야기입니다. 돈키호테는 현실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끊임없이 이상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길에 고난이 있어도, 꿈을 결국 이룰 수 없어도, 별을 잡을 수 없어도 오늘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본인도 스스로를 자학하고,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던 한 여인을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아름답고, 고결한 분이라고 불러줍니다. 처음에는 부정하던 여인도, 결국에는 돈키호테의 진심과 열정을 받아들입니다. 몸은 비록 비참한 현실에 있지만 영혼은 고결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들의 몸에 넣어주신 하느님의 숨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 전 캐나다에서 지낼 때입니다. 저는 빅터라는 분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였습니다. 친구가 찾아와서 함께 지내다보니 시간이 늦어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빅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빅터는 낯선 손님 때문에 당황을 했고, 저에게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존중하니, 당신도 나를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짧은 말이지만 제게는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부부도 그렇게 하지 못해서 서로 다투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우리사회에도 그와 같은 존중과 배려가 없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달인 10월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11월에게 자리를 내 줍니다. 아름다운 색으로 멋을 내던 나뭇잎도 바람이 불면 떨어져 땅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돈키호테처럼 살기를 바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을 이룰 수 없어도, 고난이 닥쳐와도, 별을 잡을 수 없어도 오늘 주어진 길을 걸어가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은 겸손입니다. 겸손의 다른 이름은 존중과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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