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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다시 한 번 범인(凡人)에서 성인(聖人)으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1 조회수822 추천수11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다시 한 번 범인(凡人)에서 성인(聖人)으로


 

저희 수도회 내 여러 모임들 가운데 ‘시니어클럽’이란 특별한 모임이 있습니다. 말마디 그대로 어르신 수도자들의 모임입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신부님· 수사님들 가운데 만 70세가 넘으면 자동으로 회원에 가입됩니다. 현재 회원 수는 9명인데, 최고령은 88세, 최연소는 73세이며 저는 특별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엊그제 정례 모임을 개최했는데 함께 어르신들과 하루를 지내면서 점점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하고 의미가 큰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회칙까지 만드셨는데, 벌써 두 번에 걸친 개정 작업까지 거친 끝에 간단하지만 소중한 최종 회칙을 마련하셨습니다.


 

회칙의 요지는 대충 이렇습니다. “시니어클럽 회원들은 모범적인 수도자요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여생을 하느님 안에 찬미와 감사로 장식한다. 젊은 후배 수도자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이며 많은 성소자 확보를 위해 기도한다. 성덕과 건강에 관한 유익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사목활동으로 바쁜 젊은 회원들을 대신해서 성체조배를 열심히 한다.”


 

한 평생 충분히 달릴 길을 다 달리신 선배 수도자들, 이제 여생을 조금은 편안히 지내셔도 좋을 노수도자들이 후배 수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참으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 때 교회 안에서 명성을 날리던 신부님들, 영성의 대가들이셨지만 한 자리에 모이시니 옛날 생각이 나셨던지 어린이가 따로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옛 시절 재미있었던 이야기들 들춰내며 깔깔 대셨습니다. 대표 격이신 왕신부님께서 미사 강론을 하시는데, 강론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강론 중에 이 신부님, 저 신부님 앞 다투어 말씀을 섞으시는데 개그콘서트가 따로 없었습니다.


 

연세는 드셨지만 이제는 한없이 천진난만해진 노수도자들의 얼굴에서 어렴풋이 성덕이 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저 역시 행복했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특히 신앙생활이란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단계를 거치는 것 같습니다. 갓 난 아기 시절, 유년시절을 되돌아보십시오. 그렇게 순수하고 단순했습니다. 무죄하고 순결했습니다. 천사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고 성장해가면서 점점 세상을 알아갑니다. 때로 세상과 타협하기도 하고 세상의 악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기 치이고 저기 부딪치면서 참 많이 닳아빠지기도 합니다. 때로 세상의 깊은 늪에 빠져 오래도록 허우적대기도 합니다. 천사의 모습에서 이제 날개가 떼이고 마는 것입니다. 무죄한 어린이의 삶에서 평범한 한 인간, 범인(凡人)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한 번 우리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순간입니다. 순수하고 맑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한 성화(聖化)의 여정을 시작할 순간입니다. 하느님께서 최초로 우리에게 부여하신 그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되돌아갈 때입니다. 다시 한 번 범인(凡人)에서 성인(聖人)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순간입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문제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가장 집중적으로 노력할 측면이 있습니다.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성덕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더 낮아지고 더 단순해지고 더 순수해져야겠습니다.


 

더 마음이 가난해져야겠습니다. 더 온유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더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더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의 열심한 기도생활은 필수과목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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