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3 조회수725 추천수11 반대(0)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사순, 대림에는 신자 분들을 위해서 특별강연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주보에 공지도 하고, 미사 끝에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각 단체의 모임에서 특강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강연을 잘 준비하지만 늘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신자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는 일입니다. 특히 강의 날이 공휴일과 겹쳐지면 더욱 걱정이 됩니다. 신자 분들이 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늘 감사드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평일 미사에 참례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특강에 참석하십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그분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것들을 모두 경험했지만 하느님의 말씀만이 참된 위로와 기쁨을 준다는 것을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꼭 오셨으면 하는 분들이 오지 않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형제님께서 꼭 들었으면 했는데 오지 못하셨습니다. 감사드릴 일이 있는 분이 오셨으면 했는데 못 오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오랜 동안 냉담 하는 분들이 오셔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분들은 아직도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새로이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바쁜 일들 때문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여성 총구역장님께서 봉성체를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안나 할머니입니다. 성체를 모시고, 할머니에게 가서 성체를 영해드립니다. 할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기쁨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서둘러 돌아오기 바빴습니다. 그런가하면 사목회장님께서 매운탕을 먹자고 전화를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일들을 빨리 정리하고 계곡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신자 분들과 어울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 잔하는 즐거움 때문입니다.

 

청양에 있는 다락골 성지를 갔을 때입니다. 성지에는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이 있고, 인근 지역 사람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은 성지를 관리하는 분들이 깔끔하게 단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이 있는 무덤들인데도 잡초가 무성했던 무덤을 보았습니다. 무덤을 보면서 신앙인의 삶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명예, 권력, 재물로는 하느님께 가기가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명 순교자들이 보여주었던 하느님께 대한 헌신, 깊은 신앙, 목숨을 바치는 용기가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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