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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3 조회수1,399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For, I tell you, none of those men
who were invited will taste my dinner.
(Lk.14,24)
 
 
제1독서 로마 12,5-16ㄴ
복음 루카 14,15-24
 

어제는 위령의 날이어서, 인천 백석에 위치하고 있는 인천교구 하늘의 문 묘원에서 미사를 하고 왔습니다. 교구장 주교님의 주례로 봉헌된 이 미사에는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함께 했었지요. 11월 위령의 달을 맞이해서 위령미사를 봉헌한 것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뵙게 된 신부님들과 전에 있었던 본당 신자들까지 참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원로 신부님을 뵙고 인사를 드렸는데, 그 신부님께서는 제게 “너는 아직도 매일 강론 쓰냐?”라고 물으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은퇴 후에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할 기회가 없어서 강론을 준비하지 않다보니 얼마 전에 수녀원에서 미사를 하는데 강론을 못하겠더라고. 참내 내가 사제 생활을 몇 년 했는데…….”

거의 50년 가까이 사제생활을 하신 신부님이십니다. 그리고 강론을 무척 잘 하신다는 평을 받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도 강론 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건강도 좋지는 않았지만, 몇 년 동안 강론할 기회가 없어서 그만큼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안식년이라고 해서 새벽 묵상 글을 쉴 생각도 했었는데, 쉬지 않고 이렇게 계속 쓰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15년 넘게 매일 하루에 A4용지 2장씩을 계속 쓰다 보니 이제는 저의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식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강론을 하는 것도 어렵지가 않습니다.

밥 먹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 않습니다. 건강하지 않아서 식사를 하기 힘든 경우가 생기기는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식사를 해야 합니다. 저도 매일 같이 쓰다 보니 이제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당연한 하나의 일상이 되었고 습관처럼 몸에 배인 것이지요.

글 쓰는 것과 강론을 하는 것을 편하게 만들어 준 새벽 묵상 글입니다. 그런데 이밖에도 습관이 되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님을 첫째 자리에 모시고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습관이 우리의 몸에 완전히 배어야 하는데, 이것은 왜 이렇게 잘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이 세상 일 때문에 응하지 않는 모습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또한 더욱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주님을 첫째 자리에 모시고 주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가는 습관을 내 몸에 배일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단 한 번으로 습관이 형성되지 않는 것처럼, 단 한 번 되지 않음을 가지고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주님을 내 마음에 모시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하늘 나라의 잔칫상에 앉아 있는 영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신영복).


노력이 힘들 때,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전구해보세요.

 

우리의 노력은 언제까지?

솔직히 신학교에 입학할 때의 20살 때, 30살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30살이 되어 신부가 되면 그 다음에는 마치 동화책의 마지막 엔딩 구절처럼 저절로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30살 이후에도 길고 긴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긴 인생이 저절로 행복의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신학교에서의 많은 공부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역시 계속해서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사제로 도저히 살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신부가 되면 저절로 성인처럼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면서 기도와 묵상을 하지 않으면 가장 큰 죄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신부가 되면 신자들과 함께 행복의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신자들 때문에 힘든 일도 많이 겪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니 우리의 마지막 엔딩은 지금 삶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세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만 하면 행복할 거야.’는 착각을 집어 던져야 할 것입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노력은 아무리 해도 충분하지 않음을, 주님 앞에 나아갈 때까지 멈추지 않아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다시금 용기를 내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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