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5 조회수931 추천수13 반대(0)

한 달 전쯤에 신부님들과의 모임 약속이 정해졌습니다. 강촌에서 12일 모이는 일정이었습니다. 저는 위령의 날 미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강촌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신부님들도 오셨으리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신부님께서는 다들 바쁘시기 때문에 일정을 바꾸셨다고 하셨습니다. 12일을 취소하고, 하루 일정으로 모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밴드에 올려놓았는데 못 보셨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일정을 미리 챙기는 편이라서 당연히 12일 모임이 있을 줄 알았고, 밴드를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서울로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오는 것도 번거롭고, 이왕 왔으니 하루 머물면서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혼자서 하루 지내니 방값을 내야 했습니다. 한 번 더 확인을 했으면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저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계산을 하니, 이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슈퍼에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니, 예전에 캐나다에서 자취하던 생각도 났습니다. ‘계란, 김치, 편육, 김치찌개, 라면, 맥주를 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은 아침 일찍 안개 자욱한 길을 오시느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침도 먹고 신부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계산법과 신앙의 계산법은 다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유한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계산을 하기 때문에 이익과 손해가 분명하고,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계산은 그 기준이 이윤의 창출이며 소득의 증대입니다. 그래서 항상 비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앙은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익과 손해라는 기준을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앙의 계산은 그 기준이 나눔과 사랑입니다. 그래서 굳이 타인과 비교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직 하느님과의 관계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예비자 교리 때, 봉사자께서 숫자와 신앙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2 + 2 = 4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이해하면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비자들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교회에는 많은 봉사단체들이 있습니다. 각 단체들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봉사하기위해서 설립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단체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좋은 점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입니다. 다른 단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늘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은 발이 없어도 아주 빨리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신 것은, 바로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의 주님이 되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대는 왜 그대의 형제를 심판합니까? 그대는 왜 그대의 형제를 업신여깁니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가 심판하고 단죄하는 그 사람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심판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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