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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8 주일/ 영혼의 거울에 비친 두 얼굴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7 조회수1,462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32주일(나해) 마르 12,38-44(15.11.8)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마르 12,43)




The poor widow's contribution





 영혼의 거울에 비친 두 얼굴

예수님께서는 먼저 명예욕과 물욕에 가득 찬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십니다(12,38-40). 예수님께서는 장터에서 인사 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 높은 자리를, 잔치에서는 윗자리를 즐기며(12,38-39), 자신을 과시하려는 율법 교사들의 명예욕을 지적하십니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인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도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하는 그들이 더 엄중히 단죄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12,40).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들을 준엄하게 꾸짖으신 까닭은 종교지도자요 사회 지도층 인사인 그들의 막중한 책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할 정치가들의 사회적 책임이 희박한 우리 한국사회도 이런 준엄한 질책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교회 지도자들도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는 예수님의 참모습을 찾기보다는 자본과 효율을 좇고 있지 않은지 깊은 성찰이 필요할 때입니다. 물론 여기서 명예와 재물에 애착을 두며 살아가는 나 자신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두 번째 대목은 가난한 과부의 참 봉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12,41-44). 예루살렘 성전의 ‘여자구역’에는 헌금함 열세 개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습니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지만 가난한 과부는 렙톤 두 닢을 넣었습니다. 이는 극히 적은 액수였지만 그녀에게는 생활비 전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12,43)고 하십니다. 그분은 헌금 액수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봉헌의 의미와 그 마음자세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과부는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고 그 어떤 관계보다도 중요시 여겼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확고히 믿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전 존재를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되돌렸습니다. 예수님 친히 짐승을 희생제물로 바쳤던 예언자들과 달리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히브 9,28)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1코린 10,31)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코린 13,3) 과부의 헌금은 전인격적인 사랑의 표시였지 가진 재물의 일부를 바친 형식적인 기부행위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재물과 능력과 은사를 받았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기꺼이, 아낌없이 모두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내놓을 때 모든 것을 다 주시는 ‘하느님의 계산법’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마르 12,30)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나 자신과 우리 사회 안에 자리한 상반된 두 얼굴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 정의와 평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면서도 하느님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욕구를 더 중요시하며 명예와 재물을 챙기는 율법 학자의 위선적인 얼굴은 나 자신과 사회 구석구석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른 한편 하느님을 늘 삶의 중심에 모시고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께 의탁하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되돌리고 나누는 과부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인지 ‘영혼의 거울’에 비춰보아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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