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8 조회수829 추천수8 반대(0)

어느덧 가을의 끝이 오고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의 문턱이 다가왔습니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세상에 살면서, 점점 각박해져 가는 인심을 보면서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녹이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듯이 지치고 힘든 우리의 마음 얼어붙은 우리네 삶의 현장을 녹이는 것은 무엇입니까바로 사람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우리 주변의 작지만 소박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손을 한 번 보세요. 남자 분이나 여자 분의 손가락에 대게는 아름다운 반지가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주기도 했고, 결혼을 약속한 반지일수도 있고 , 길거리에서 예쁜 모습을 보고 산 경우도 있습니다


반지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서 여러분에게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동료 사제가 본당에서 저녁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두 젊은이가 면담을 요청해 왔답니다. 낯선 얼굴들인지라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이들을 맞았답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불쑥 금반지 두 개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금반지 2, 그것을 축성 해 달라는 얘기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제에게 이것을 가지라고 했대요. 무슨 영문인가 하여 물었더니 이들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그들 둘은 오랫동안 사귄 친구로서 한해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남자 친구는 대학에 합격하여 입학을 했고, 여자 친구는 합격을 하지 못하였노라 하면서 이들은 여자 친구가 내년엔 꼭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정의 뜻을 깊이 간직하고 격려하기 위해 서로 금반지를 선물하면서 여자 친구가 합격하는 날, 이 반지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여자 친구도 합격을 했고 그래서 오늘 저녁 기쁨과 감사의 미사를 드렸고, 작은 것이긴 하지만 이 반지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의 고통과 기쁨을 승화시켜 주었던 아름다운 이 추억의 반지를 선뜻 내어놓은 이들의 마음이 퍽 고왔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청년희망 펀드에 기부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백억 이상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기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과 국회의원들이 기부하는 청년희망 펀드는 곳간이 넉넉해 질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연봉의 일부를 기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교회에도 많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꽃동네, 해외 선교회, 성소국, 교회사 연구소, 복음화 학교가 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모두 후원회원들의 정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은 액수를 기부하지는 않으시지만 작은 정성들이 모여서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의 나눔과 관심이 사랑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두움에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절망 중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재능을 나누는 분들도 있습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친 어르신들에게는 빵을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렇게 변한 벽지를 벗겨내고 화사한 벽지로 바꾸어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여름 물난리로 못쓰게 된 물건들을 고쳐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성모병원의 의료진들은 약품을 가지고 매년 가난한 나라로 의료 봉사를 가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은 병에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교구의 사회 사목국에서도 청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라오스로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집을 지어주기도 하고, 샘을 파주기도 합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찬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쌀쌀한 날에, 순수함을 잃어 가는 세상에 그저 단순한 우정이 아닌, 이웃으로 마음이 열린 아름다운 우정의 모습을 보여준 그들 젊은 친구들이 반지를 주기 위해 내밀었던 아름다운 손을 그려봅니다. 틀림없이 그 젊은이들은 사회를 아름답게 비추는 촛불로 살아가리라 믿으며, 그리고 관대함에로 열린 우정이 아름답게 지속되길 바랍니다.


저는 1995년부터 97년까지 세검정 본당에 있었습니다. 봉성체를 가면서 한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건강하던 친구는 원인모를 병으로 6학년 때부터 근육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고통 중에서도, 아픔 중에서도 그 친구는 온 힘을 기울여 글을 적었습니다. 오늘은 그 친구의 아름다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별들은 밤하늘이 있기에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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