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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10 화/ 영적 성숙을 위한 자아인식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9 조회수1,128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 화 루카 17,7-10(15.11.10)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Attitude of a servant





 영적 성숙을 위한 자아인식

오늘의 시대는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 되어가고 복음 가치가 상대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세속화의 거센 흐름 앞에서 신앙인들마저도 물질과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안락을 따라다니느라 바빠도 너무 바쁩니다. 그런데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영적 성장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율법을 잘 지켜 공덕을 쌓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과응보 사상에 젖어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빗대어 하신 가르침입니다. 오늘 복음의 종은 주인의 분부대로 들에 나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고 주인의 식사를 준비하고 주인이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지 그 어떤 대가도 요구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17,7-8).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사랑이신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하는 ‘사랑의 종’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종은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위해 일하기에 정한 시간 일하고 일한 만큼 보수를 받으며, 일을 마치면 일터에서 떠날 수 있는 고용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행한 그 어떤 것도 자랑거리가 될 수 없으며 그에 대한 어떤 보수를 바라서도 안 됩니다. 언제나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10)라고 말해야 합니다.

영성생활에서 하느님이 나의 주인이요 나는 그분의 종이라는 자아인식 없이 영적 성장, 곧 하느님과의 일치는 불가능하며 나의 행복도 없습니다.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거나,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내 것만 챙기면 된다는 고용인 의식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하느님 앞에서의 자아인식이 잘못되면 영성생활은 망가져 세속화와 타락에 빠지고 스스로 불행의 무덤을 파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종은 자신을 ‘쓸모없는 종’이라고 합니다. 자아인식이 매우 뚜렷했던 성 프란치스코도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인 형제’(2보호자 편지 1), ‘주 하느님 안에서 보잘것없고 하찮은 여러분의 종이며 형제’(지도자 편지 1)로 인식하였습니다. 그의 유언을 보면 그가 하느님의 주도권을 얼마나 철저히 인정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이러한 자아인식은 열등감이나 자기비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존재를 사랑으로 건네주기 위하여’ 낮추시고 비우신 지극히 높으신 분, 바로 그분에 대한 인식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넋을 잃고 사랑이신 하느님을 바라보고(관상), 철저히 하느님의 뜻을 첫 자리에 두었으며, 자신을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도록 스스로 돌보았고 사랑의 존재가 되어 모든 이의 형제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왔고, 하느님께 매여 있으며, 하느님을 사랑으로 섬겨야 하는 ‘하느님의 종’이라는 주제 파악과 명료한 자아인식을 지녀야겠습니다. 이런 의식으로 내 몸과 영혼도, 시간도 능력도, 재물도 모두 주님의 것이며, 행하는 선행, 기도, 봉사, 성경공부, 희생과 보속, 영성생활 그 어떤 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다 했을 뿐이라는 겸허한 마음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만을 바라고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며, 그 어떤 것도 내가 ‘했고, 하고 있다’는 착각과 교만에 빠지지 않음으로써 영적 성장을 이루는 복된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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