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란지교를 꿈꾸며
신자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아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의 이름이 ‘지란지교’랍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살짝 뜻을 찾아봤습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로 “지초와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귐을 뜻하는 것으로 벗 사이의 높고 맑은 사귐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모임 이름이 참 좋다고 칭찬했더니 그런 뜻이 아니라 ‘모지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랍니다.
여기는 잘난 사람
하나 없고 하나같이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들만 모인다고 수줍게 이야기합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저를 초대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모임 내내 자기들 실수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참 편안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난 사람들의 모임은 무언가 솔직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습니다.
늘 긴장과 시기 질투가 숨어 있습니다.
오죽하면
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 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
공릉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