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 주일 단상
얼마 전 잘 아는 신자분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피정 갔다가 1층 복도에 걸려 있는 글이 좋아 사진으로
찍어 보냈는데 ‘신부’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내가 신부다 신부다 할 때는 / 네가 신부냐 신부냐 하더니 / 신부이기를 포기하니까 /
신부님 신부님 하더라.”
읽으면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무슨 뜻으로 보냈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니 답이 왔습니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저희들에게도 해당되는 글입니다”
병 주고 약 줍니다.
지난여름 휴가 때 근처 성당에 새벽미사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신자석에
앉아 미사참례를 하니 편안하고 집중도 잘되고 내가 더 잘 보였습니다.
역시 내려와야 잘 보이나 봅니다.
제가 평소 존경하는 선배신부님은 신자가
견진 대부를 서 달라 하기에 양복에 넥타이 메고 주일 11시 미사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교구였기에 아무도 못 알아봤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었는지 그 마음 씀씀이에 놀라울 뿐입니다.
신자들을 사랑하고 신부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또 사제복장도 평소에는 거의 입지 않고 성사집전 때만 입으시는데 이 역시 신자들과 편하게 만나기 위한 배려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목자는 예수님 한 분뿐이시고 모든 인간은 똑같이 구원받아야 할 양 떼입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을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영욱 신부(인천교구
숭의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