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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17 조회수994 추천수13 반대(0)

저는 1982년도에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교수 신부님들 중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시고 오신 분들도 많았지만 신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신부님은 라틴어를 가르치셨던 허창덕신부님이셨습니다. 수업시간은 무척 엄하셨습니다. 때로 대학생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매를 드셨습니다. 신학생들은 신부님을 무서워하면서도 존경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교회를 사랑하시는 신부님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신부님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 딱 한번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승의 날입니다. 신학생들은 신부님을 위해서 선구자를 불러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선구자 노래를 좋아하셨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우리들이 불러드리던 선구자를 들으셨던 신부님이 기억납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시고, 오직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평생을 사셨던 신부님이셨습니다. 천국에서도 신학생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나침판은 늘 일정한 방향을 알려줍니다. 언젠가 나침판의 바늘을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바늘의 끝이 미세하지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의 바늘도 번민하고, 갈등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유혹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창신부님과 남대문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를 다 할 무렵 식당 주인께서 동창신부님을 유심히 보면서 우리 성당 신부님을 닮았다고 하셨습니다. 식당 주인께서도 본당 신부님께서 자신의 식당에 오셨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몰랐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동창신부님과 이야기 했습니다. ‘언제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도 우리는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세상은 넓은 것 같지만 때로 세상은 참 좁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엘아자르는 잠시 양심을 속이고 편안하게 사는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명예와 존경을 지키기 위해 고통의 길, 죽음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많은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엘아자르를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본인은 율법을 어기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율법을 지키려는 이스라엘의 젊은이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잠시의 편안함을 포기하고, 영원한 삶을 향해 나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던 자캐오가 구원을 받았던 것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피해를 준 사람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아 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은 혈통으로 구별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은 하느님 앞에 솔직한 사람들입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은 과거 때문에 단죄 받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허물이 있다 할지라도 현재의 반성과 뉘우침으로 미래의 구원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요즘 월든을 읽고 있습니다.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정신없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대부분은 먹고, 일하고, 또 잠자기 위해서 깨어납니다. 그 중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신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깨달음을 이웃에게 나누기 위해서 깨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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