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자캐오의 집에 머무신 예수님 /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17 조회수1,348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자캐오, 그는 누구인가?

그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전에 들른 예리코에서 세관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었고,

돈 많은 이었고, 대단히 키 작은 이었다.

그의 신상명세는 이게 전부다.

그는 자기 동네 거리를 지나시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정말 키가 작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단코 그분을 보려 애썼다.

지금이야 TV로도 보았겠지만, 그때는 정작 실물로만 가능했을 게다.

왜 그토록 자캐오는 예수님을 보고자 하였을까?

 

세관장이라는 죄스러운 직책에 대해서 특별한 구원을 받으려고.

좀 더러운 돈이 잇어 그 일부를 자진 헌납하려고. 아니면 그 작은 키 조금 더 크게 해달라고 부탁코자?

그기에 대한 건 솔직히 모르는 게 좋다.

그렇지만 그는 예수님을 기어이 보고자 일행을 앞질러 달려 길가의 돌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갔다.

모든 체면을 버리고 그 위에서라도 그분을 직접 눈으로 확인코자 했다. 정말 야무지면서도 대찬 이였다.

 

새처럼 매달려서는 멀리서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그는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많은 유대인이 예수님을 선동가로 트집을 잡고자 하였지만,

그는 단번에 구세주라고 알아보았고 그토록 기다린 주님이라고 느꼈을 게다.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며 예수님은 새처럼 매달린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실 예수님은 언제나 초대받으셨다.

예수님이 이번처럼 먼저 방문한 예는 자캐오의 집이 처음인 것 같다.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한 카나의 혼인 잔칫집도, 중풍 걸린 종 때문에 몹시 괴로워 한 백인대장의 집도,

‘야이로’라는 이름을 가진 회당장의 집을 포함해 그분은 가는 곳마다 언제나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 분이시기에 나무에 매달린 그 키 작은 자캐오를 보는 그 순간

눈망울에 맺힌 그 어떤 부르짖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으리라.

저토록 보고자 하는 저 집념의 마음을 알아보신 게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지금껏 자캐오를 억누른 온갖 상념이 사라졌다.

누군가를 향해 가졌던 수많은 적개심과 원망,

그리고 온갖 부끄러운 것들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실로 자캐오도 사람인지라 어떤 복수심을 하루에도 수없이 가졌으리라.

하기 좋은 쉬운 말로, 소위 남을 등쳐먹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세관장 직책을 수행하였건만,

주위에서는 마치 그를 죄인 취급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사실 그는 그저 나무 위에 올라가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그분께 하소연하고 싶었고, 당신이 나의 구세주로 확신한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싶었다.

아니, 예수님을 진정으로 모셔서는 식사라도 한 끼 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 생각까지 한 그가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마음의 찌든 병들이 치유되는 것 같은데,

당신 스스로 방문하시겠다니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는 정말 기쁘게 예수님을 모셨다.

누가 뭐라고 하던 간에 주님이신 예수님을 모시고는 그간의 모든 걸 이실직고 고백하고 싶었다.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곱절은 갚아주겠습니다.”

많은 이가, ‘저 사람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구나!’라며 못마땅하게 생각을 하였지만,

자캐오는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시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이렇게 중대 선언을 하였다.

자기가 가진 재산의 절반은 의당 가난한 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건 물론이고,

지금껏 단돈 한 푼도 허튼수작으로 남을 속여 먹은 게 없다는 거였다.

또 만에 하나라도 그런 때 묻은 돈이 있다면 그것의 네 곱절로 보상하겠다는 당찬 선언이었다.

어쩜 이건 하느님을 저버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받지 않았다는 양심고백이나 다름없었다.

 

주위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적절치 못한 수단으로 돈을 모은 죄인 취급을 하고 있지만,

자기는 단 한 푼이라도 속여서 까지는 욕을 먹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예수님은 이런 자캐오를 보시며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고,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인류 사랑의 이 구원 사업에 이렇게 깨끗한 자캐오는 필수적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서 동족을 사랑하는 행동가였고,

부여받은 직책만을 묵묵히 온 힘을 기울여 정직하고 우둔하게 수행하는 이였다.

그리고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더더구나 나무 위에 올라가면서까지 예수님을 초대하고자 했던 믿음의 사람이었다.

 

이 초대에 예수님께서는 ‘오늘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하시면서 순수하게 응했고,

자캐오는 기쁜 맘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모셨다.

그리고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랑 나눔의 실천을 공개적으로 만 천하에 다짐하였다.

남을 속여먹은 게 없다는 이 순수한 양심고백에 예수님은 자캐오에게 구원의 큰 은총을 담뿍 내리셨다.

 

예수님과 자캐오, 두 분은 행동하는 실천가이다.

보기를 원했기에 보여 주셨고 초대받고자 하셨기에 기쁘게 모셨다.

믿음은 이렇게 앞뒤 조건 없이 시원스레 나아가야만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런 자캐오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

이는 매사에 온 정성을 쏟으면서 이웃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거다.

예수님도 이런 삶에는 늘 함께 하시리라.

‘그래, 어서 이리 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그 옛날 자캐오에게 한 그 다정한 말씀처럼 우리에게도 기꺼이 오실 게다.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