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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0 금/ 이 땅에서 성전으로 살아가기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19 조회수1,294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33주 금 루카 19,45-48(15.11.20)


“너희는 하느님의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루카 19,46)



The cleansing of the temple




 이 땅에서 성전으로 살아가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내쫓으십니다. 그들이 ‘기도하는 집’인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19,46). 예수님께서는 성전 뜰에서 상인들을 내쫓으심으로써 성전 구조에서부터 드러나는 분리와 차별로 가득찬 종교생활 체제와 특정 계급만이 권력을 누리는 구조 자체를 비판하십니다.

또한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사제들에게 세금처럼 바치는 그들을 내쫓음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짓누르고 수탈하는 종교 지도자들을 고발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성전 흉내만 내는 유령 같은 건물을 허무시려고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으나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그를 없앨 궁리를 합니다(19,47). 성전은 그렇게 하느님과 우상, 정의와 불의, 사랑과 무관심이 부딪치는 우리의 실존적 현실입니다.

교회, 국가, 기업, 가정 또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자살, 안전불감증, 실업, 빈부격차의 심화 등이 잘 말해주듯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고 생명을 경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회갈등지수 5위의 불명예스런 딱지를 붙이고도 한쪽을 불순세력으로 모는 우리 사회는 결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권력가들과 탐욕적인 자본가들과 사회 지도자들에게 정의의 채찍을 들어 벌하실 것입니다. 나아가 정치권력에 기대고, 가난한 이의 편에 서는데는 소극적이면서도 교회의 외형적 성장과 상업화,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따른 교회운영에 더 힘쓰는 교회 지도자들 또한 성전 밖으로 내쫓길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지극히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나도 주님의 성전입니다. 따라서 내 일에 몰두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온갖 걱정 근심, 감정에 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것들로 내 영혼을 가득 채운다면 버려진 창고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성령의 궁전인 우리는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고”(필리 4,8) 살아내야 합니다.

한편 주님께서는 내가 죄와 어듬 속에 머물 때에도 함께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권고합니다. “주 하느님께서 육신으로는 사랑하시는 당신 아들의 모습대로, 그리고 영(靈)으로는 당신과 비슷하게 그대를 창조하시고 지어 내셨으니, 주 하느님께서 그대를 얼마나 높이셨는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권고 5)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과 영(靈)을 품은 존귀한 존재로 창조되었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악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나약하고 죄에 기우는 성향과 육의 정신에 휘말려 어둠 속을 걷는다 해도 찾아오시어 함께 해주실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의 존재가 되어 그분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성전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공경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성전으로 살아가려면 예루살렘이 아니라 성전이신 예수님께 돌아가서 그분을 만나야 합니다.

오늘도 정의와 평화가 꽃피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연대하며,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사랑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참 성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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