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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오늘 우리 교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20 조회수782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우리 교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입성하시는 길목마다 길게 줄지어 섰습니다. 예수님이 지나가실 때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흥분한 사람들은 손에 들려진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정말이지 열광적인 환영의 분위기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존경과 환영의 표시로 자신들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땅바닥에 펼쳐놓았습니다. 마치도 꿈에 그리던 대통령 당선자를 맞이하는 당사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최초로 보여주신 태도는 사뭇 의아합니다. 입성하신 예수님께서는 보통 사람들의 처신과는 크게 차별화됩니다. 당시 제한적이었지만 세속의 권력자였던 헤로데 왕궁을 찾아가지도 않으십니다. 빌라도 총독과의 면담 스케줄도 잡지 않으십니다.


 

가장 먼저 보여주신 행동은 타락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소요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도의 장소였던 성전은 당시 완전히 본질을 망각한 채 크게 타락해있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세속화의 극치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막대한 권리금을 상인들로부터 받고 성전 마당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상인들은 성전 마당에 가판대를 쭉 늘어놓고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환전상들도 이에 뒤질세라 여기저기서 말도 안 되는 시세로 돈을 바꿔주고 있었습니다. 경건하고 거룩해야할 성전은 시끌벅적, 티격태격, 옥신각신, 바글바글...마치도 재래시장 한 가운데를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우스꽝스런 성전의 모습에 예수님께서 평소와는 다르게 크게 진노하십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그저 분노에 그치지 않습니다. 밧줄로 채찍을 만드신 예수님께서는 성전 안에 죽치고 있던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을 내리치시며 밖으로 쫒아내십니다. 이어서 던지신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도 뼈아프게 들려옵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루카복음 19장 46절)


 

오늘 우리 교회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혹시라도 예수님의 호된 채찍질을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 우리 교회 역시 크게 한번 정화와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입니다. 저는 하느님 크신 자비 없이 단 한순간도 홀로 설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겸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기서 나 보다 더 잘 난 사람 있으면 한번 나와 보라 그래!’라고 외쳐대는 교만이 판을 치는 교회는 심각한 쇄신이 필요한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애지중지하셨던 중죄인들, 극빈자들, 상처 입은 자들, 중환자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은 교회는 지금 당장 정화가 필요한 교회입니다.


 

구성원간의 격의 없고 활발한 소통의 문화가 사라진 교회, 일방통행식, 일인독재식의 전근대적인 공동체 문화가 아직도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는 낡은 교회는 빨리 무너져야 할 교회의 모습입니다.


 

이 시대 또 다른 예수님의 고통스런 절규에 귀를 막고 그들이 흘리는 피눈물을 외면하면서 우리끼리 높디높은 담벼락을 쌓고 그 안에서 화사하게 웃으면서 지내는 무늬만 성전인 그런 교회는 첫 번째 정화의 대상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 교회를 바라보시며 슬피 우십니다. 그분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드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한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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