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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1 토/ 자신을 바치고 되돌리는 참 가족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20 조회수996 추천수4 반대(0) 신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 토 마태 12,46-50 (15.11.21)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성모자헌: 최봉자 레지나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작




자신을 바치고 되돌리는 참 가족  


성모님께서 성령의 감도로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는 ‘자헌(自獻) 기념일’에 항구한 삶의 봉헌을 통해 예수님의 참 가족으로 살아가는 길을 묵상해봅니다. 인생은 자기중심적 인생과 타자중심적 인생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사느냐에 따라 내 인생도 수도 소명의 삶도 영성생활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피붙이 아니라 하느님을 따라 다른 이들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서 사셨던 성모님을 생에 내 삶의 모습을 비추어봅니다.

마리아는 말씀을 품고 말씀이 되어 걸어가시며 온전히 당신 자신을 주님께 바치고 되돌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마리아께서는 말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셨고, 예수님을 낳으셨을 뿐 아니라 아드님의 갈릴래아 복음선포에서 십자가상 죽음에 이르는 구원의 전 여정에 함께 하신 온전한 ‘말씀의 실천가’이셨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함으로써 예수님의 참 어머니가 되셨고(마태 12,50) 우리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분은 말씀이 되어 오신 구세주를 품으시고, 이집트 피난의 고통을 감수하셨으며, 나자렛의 가난하고 소박한 생활로 아드님을 돌보시고, 갈릴래아 복음선포 여정을 가난한 어머니로서 함께 걸으셨으며 아드님의 죽음을 바라보며 가슴이 찔리는 듯한 고통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7,21)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려면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그 뜻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멈춰 그분의 말씀을 경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주 피곤하고 해야 할 일이 쌓이고 맡겨진 일을 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주님의 뜻을 더 깊이 깨닫지 못하고 머리로는 알아도 망각하곤 하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사랑으로 자신을 내놓는 구체적인 움직임 없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아버지의 뜻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내 중심에서 벗어나 타자(他者) 중심으로 옮겨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서약이나 수도서약은 어떤 지위나 명예를 보장해주는 것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자신을 떠나 더 사랑하며 자신의 온 삶을 내놓는 삶의 출발신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희생 없는 축성과 봉헌은 있을 수 없고 무의미한 것입니다. 이런 진리 앞에 서면 때때로 사랑 없이 수도복만 입고 덩그렇게 앉아 있는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순수함을 잃고 누군가에 대한 싫은 감정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보면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자신을 내놓는 일은 자기 존재를 포기하고 죽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같습니다.

오늘도 마리아와 더불어 하느님께로 돌아가 자기중심이 아니라 타자중심이 되어 소유가 아닌 사랑의 되돌림을 항구히 실행하는 예수님의 참 가족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늘 무언가를 붙들고, 얻으려 바삐 움직이는 발걸음을 멈추어 말씀을 경청하고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손과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사랑을 실천하는 예수님의 형제자매가 되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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