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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리스도 왕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22 조회수930 추천수15 반대(1)

 교구청 숙소는 5층 건물입니다. 제 방은 5층에 있습니다. 숙소로 들어오는 입구의 등이 ‘LED'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무척 밝았고, 눈도 피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바뀌지 않은 등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등 하나가 바뀌었는데도 이렇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청계천에는 빛초롱 등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저녁과 더불어서 아름다운 모습의 등에 불이 밝혀지면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후배 신부님께 한 시간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다양한 영상물을 준비하였고,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면서도 의미 있는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스마트 폰을 다루는 모습은 마치 마술사와 같았습니다. 그 세계에서 저는 신부님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스마트 폰이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요술 상자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숙소를 환하게 밝혀 주었던 ‘LED' 등처럼 새로운 세상을 밝혀 주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의 뜻과 욕망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죄인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함으로써 참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자신을 버리고 이웃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면서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밝히신 빛은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밝히신 그 빛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재물, 신분, 편견이라는 껍질에 갇힌 사람들은 빛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빛 속에서 지내면서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합니다.’ 지금도 거짓된 욕망이라는 전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빛이신 예수님을 외면하고,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길을 보여주신 신부님에게서 새로운 권위를 드러내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하신 이태석 신부님에게서 상처 입은 치유자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파리의 테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남편과 17개월 된 아들의 모습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오르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형제님의 모습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나눔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우리는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세상에 오셨기에 2000년이 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가!

 

첫째, 예수님의 경쟁력은 가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 때문에 아주 가난한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서 사랑을 고백하십니다. 우리는 가난한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세상의 것들 때문에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할까요?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분의 한없는 사랑, 그분의 기적, 그분의 말씀을 통한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그로인해 커다란 힘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의 손은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귀는 슬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예수님의 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모든 사람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예수님의 경쟁력은 정결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 한 기자기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는 수녀님의 헌신적인 사랑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결국 수녀님께서는 실패할 것입니다. 보십시오. 수녀님께서 그렇게 하셨어도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고, 가난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수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성공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닙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하느님의 몫입니다. 저는 다만 저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저는 약합니다. 저는 한 번에 한 아이만을 품에 안을 수 있습니다. 제 팔에 안긴 한 아이에게 충실할 뿐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신다면 바로 예수님의 정결함을 배워야 합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들이 나를 미워해도, 나에게 잘못을 했어도 충실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셋째, 예수님의 경쟁력은 순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성모님도 같은 순명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의 핵심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질 때 일용할 양식이 주어지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질 때, 용서도 이루어지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질 질 때, 유혹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가장 충실하게 따랐던 분은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은 가난, 정결, 순명의 삶을 사셨고, 하느님의 모친이 되셨으며, 우리들의 구원을 위한 전구자가 되셨습니다. 우리들 또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충실하게 따라서 진리를 증거하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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