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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3 월/ 순수한 지향으로 모두를 바침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22 조회수9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34주 월 루카 21,1-4(15.11.23)


"저 빈곤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루카 21,3)



The poor widow's contribution





 순수한 지향으로 모두를 바침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는 율법학자들의 위선적인 비행을 질책하신(20,45-47)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그들이 멸시하는 빈곤한 과부의 봉헌이 더 경건하다고 가르치십니다. 과부의 처신을 통해 영성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를 짚어보았으면 합니다.

성전의 ‘여인들의 뜰’ 입구에는 보물 창고와 나팔 모양의 열세 개의 헌금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자와 권력가들은 쓰고 남은 일부를 바치고,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은 의무감에서 헌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넣는 것을 보시고,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하십니다(21,2-3). 과부가 봉헌한 렙톤 두 닢은 로마 돈으로 환산하면 동전 한 닢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미미한 액수를 바친 과부를 오히려 칭찬하십니다.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영성생활은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지향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많은 기부와 봉사와 선행을 해도 명예욕이나 다른 이득을 얻으려는 마음으로 한다면 하느님을 욕되게 하고 슬프게 해드릴 뿐입니다. 어떤 일이든 일 자체도 의로워야 하지만 그걸 행하는 지향도 하느님 뜻에 맞고 순수해야 할 것입니다.

과부는 빈곤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였던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과 삶의 뿌리를 주님께 두었습니다. 그녀는 비록 액수는 적었으나 오직 하느님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바친 것입니다. 그녀는 빈곤했으나 주님을 극진히 사랑하였기에 사랑하는 분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다 내놓았습니다. 사랑한 만큼 내놓을 수 있고,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부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했기에 전부를 봉헌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하겠다고 서약을 했지만 어느 새 자신을 위해 뭔가를 챙기려 하는 나를 봅니다. 피곤할 때 누울자리가 생각나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 여겨 책과 물건들을 쌓아두곤 합니다. 때로는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기준에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먼저 챙기면서 다른 이를 사랑하고 섬기는 일을 미루기도 합니다. 또 조건이 갖춰진 다음에야 자신을 내놓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과부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지금' 바로 내놓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과부가 보잘 것 없었지만 생활비 전부를 봉헌했듯이 내 존재 전부를 아낌없이 봉헌하길 바라십니다. 우리는 전인적 봉헌을 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일부가 아니라 나의 존재 전부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시간, 돈, 은사, 재능 할 것없이 내 것이랄 게 없을 것입니다. 전부를 내놓을 때 주님께서는 전부를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보여주신 ‘거룩한 사랑의 교환’입니다.

온갖 선이요 으뜸 선이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되돌려드릴 때 비로소 ‘모든 것의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이며 우리가 찾는 행복입니다. 지금이 바로 조금 내놓고 많은 사랑과 은총을 받겠다는 망상을 떨쳐버릴 때입니다. 오늘도 주님께 대한 순수한 지향과 사랑으로 나의 전부를 기꺼이 봉헌하는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http://telegram.me/ki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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