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27 조회수885 추천수16 반대(0)

지난 주일에는 의정부에 계시는 어머니께 잠시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좋아하는 굴비를 맛있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굴비의 머리 쪽만 드시고, 살은 제가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아침을 두 그릇이나 먹으니, 어머니께서는 무척 좋아하십니다. 아들의 나이가 50이 넘었어도, 세상에서 제법 일을 하여도, 어머니의 눈에는 늘 아이처럼 보일 것입니다. 겨울 따뜻하게 지내시도록 내의를 드리고, 기도하실 때 켜시라고 초를 갖다 드렸더니 너무도 좋아하십니다. 어머니의 눈은 늘 사랑의 눈이고, 믿음의 눈이고, 희망의 눈입니다. 그 마음에 사랑과 믿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방에 있는 피아노의 건반을 만져봅니다. 예전에 기타를 쳤기 때문에 주로 코드를 중심으로 피아노 연습을 합니다. 코드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음악의 길입니다. 코드와 다르게 피아노를 치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정해진 코드에 따라서 건반을 만지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피아노를 반주하는 것도 정해진 길과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정해진 길과 규칙을 꾸준히 연습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는 분들은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마음속의 음들이 손을 통해서 피아노의 건반을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길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버스를 기다릴 때도 사람들이 질서 있게 줄을 서는 것을 봅니다. 그것이 더욱 빠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들의 의식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먼저 타려고 밀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영화도, 야구도 암표가 성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이 커가듯이, 우리들의 시민의식도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다섯 가지 특징을 지닌 존재라고 합니다.

첫째, 인간은 욕망을 지닌 존재이지만, 그 욕망은 절제되어야 합니다.

둘째, 인간은 모순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모순된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것도 인간이고, 남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것도 인간이고, 자신의 욕심 때문에 타인을 죽이는 것도 인간입니다.

셋째, 인간은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선과 악 사이에 있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넷째, 인간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 영원을 생각하는 초월적 존재입니다. 명상과 묵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존재입니다.

다섯째, 그래서 인간은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나그네가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듯이, 인간은 삶의 여정을 통해서 죽음이라는 문을 넘어서야 하는 존재입니다. 생명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생명이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기 보다는, 주어진 삶에 충실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찾아야 합니다. 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라도,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며, 그것은 죽음을 넘어서 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교회의 전례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것입니다. 막힌 곳은 시원하게 뚫어주고, 골이 깊은 곳은 사랑으로 메워주고, 앞서가는 사람은 뒤에 오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우습게 아는 곤충들도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이 지구별에서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순간을 감사드리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발걸음이라도 디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매일 이렇게 묵상 글을 이웃들과 나눌 수 있으면 더 바람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주신 주님께 노래드리며, 지극히 높으신 주님 이름 찬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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