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아픔을 끌어안는 작은 기적을 / 대림 제1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02 조회수815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원한 청년, 서른아홉의 순수한 영혼, 짧은 삶을 혁명에 바쳤던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는 늘 이런 열정적 별명이 따른다. 의과 대학생인 그에게는 든든한 집안이라는 좋은 배경과 의사라는 탄탄한 미래가 기다렸다. 1952년, 그는 인생 선배와 중형 모터사이클로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칠레,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났다. 도중 곳곳에서 가난과 수탈로 신음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는 장밋빛 미래를 버리고 혁명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아마존 강 유역의 한 인디오 마을에 일반 나환자촌과는 달리 정상인도 환자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나병 앞에 결코 버려 둘 수 없다며 아픔을 함께하였다. 살이 썩어 뼈밖에 남지 않은 환자에게 끝까지 매달려 있었다. 게바라는 선배와 열심히 그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다. 그가 마을을 떠나기 전날 이런 정성어린 사랑을 준 게바라 일행에게 그들은 소박한 음악회를 열었다.

 

"아코디언을 타는 이는 오른손 손가락이 하나도 남지 않아 손목에 대나무를 이어 놓았더군요. 그 대나무 손으로 연주를 하였죠. 노래를 부르는 이는 장님이고요. 다른 연주자 대부분도 나병의 특징인 신경계 증세에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들이었죠. 그런 이들이 호롱불에 의지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가족, 이웃, 친구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은 이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에게 열정적 신념을 안겨 준 따뜻한 사랑을 배웠다나. 체 게바라, 그는 남미 아니 세상의 수많은 젊은이에게 한 때는 우상의 대상이기도 했다. 아픔이 있는 그곳에 그는 언제나 열정으로 달려갔다.

 

아마 예수님도 공생활 내내 무척 바쁘셨을 것이다. 여러 군중을 모아 놓고 산에서도 물가에서도 설교하시고, 심지어는 물가의 군중을 향해 배 위에서도 설교하셨다. 갈릴래아 호수를 중심에 두고 사람이 모인 곳이면 이곳저곳 마다치 않으시고 두루두루 다니셨다. 그리고 백인대장의 병든 종과 나병 환자를 포함한 여러 병자를 고쳐 주시기에 잠시의 겨를도 없었다. 그러기에 편안히 계셨을 리가 만무하다.

 

예수님의 이 바쁜 일정을 적나라하게 나열한 ‘많은 병자를 고치시다와 사천 명을 먹이시다(마태 15,29-39)’를 보면 약 사흘간의 바쁨은 가히 짐작된다. ‘많은 군중이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 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에서 얼마나 많은 병자인지를 알 수 있다.

 

사천 명이나 되는 이들을 배불리 먹이시고 또 이렇게 고통 받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은 가히 우리들 상상을 넘는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보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제자들은 예수님께 “이 광야에서 이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마태 15,32-33 참조)

 

예수님께서는 누구누구 가릴 것 없이 그들을 다 고쳐 주시고 먹여주셨다. 아마도 이 기적 같은 치유와 드라마틱한 기적에 곳곳에서 박수와 탄성이 퍼졌으리라. 이렇게 예수님은 언제나 그 아픔들을 끌어안으셨다.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한 해의 끝자락인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주위에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을 둘러보자.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시간, 맡겨 주신 일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 아픔의 자락에서 함께하는 봉사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거기에서 만난 이 모두가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들의 상처에 새살이 돋고 부끄러운 지난 삶 위에 새로운 희망이 되살아나면 그게 하느님의 영광이 될 게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고통으로 힘들고 지친 이를 살펴보는 여유를 갖자. 우리가 이것을 깨우치도록 하느님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허락하셨다. 체 게바라가 아픔이 있는 곳엔 언제나 열정으로 달려갔듯이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으로 봉사의 발길을 돌리자. 가엾이 여기는 마음, 노력만 한다면 우리도 그 마음을 지니리라.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의 고통을 가엾이 여기고 그의 부족함을 안아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작은 기적이 아닐까?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