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05 조회수738 추천수10 반대(0)

건강 검진을 받을 때는 걱정이 되곤 합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입니다. 결과가 나와서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카프 병원(한국 음주 문화 연구센터)에서 사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봉헌 미사에 참석하기 어려워서 축하 화환을 보내면서 홈 페이지를 방문했습니다. 홈 페이지에는 음주 습관과 알코올 중독을 알아보는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한잔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 걱정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건전한 음주습관을 가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술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는 말처럼 술자리를 줄여야 하는데, 연말이 다가옵니다.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0일 정도 지났는데 걱정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한국말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한국말을 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신학교에 입학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친구에게 저의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10년 전에 저도 외국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기라고 말 해 주었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우리의 마음도 근심의 바람, 두려움의 바람, 욕망의 바람, 시기의 바람 때문에 흔들리곤 합니다. 조계사에도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의 검거를 피해서 몸을 의탁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따르는 사찰에서, 찾아온 사람을 내 보내는 것도 어려움일 것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도 무조건 기다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폭력시위와 데모를 불허하는 정부에게도,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에게도 겨울바람은 더욱 차갑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만, 얼어붙은 우리 사회를 희망과 사랑으로 녹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사야 예언자가 꿈꾸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에게 따뜻한 국화빵을 전해주는 시위대를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주장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에 차가운 물을 뿌리기보다는 온풍기를 틀어 주면 좋겠습니다. 중압감을 주는 차벽보다는 잠시 쉴 수 있는 천막을 설치해 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응원했던 그 뜨거움으로 자신들의 바람을 거침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삶의 주변에서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70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을 잘못 만나서 예전에 살던 곳의 집을 팔고 이사 왔습니다. 한동안 미움과 원망 때문에 소화도 안 되고 사는 것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서 어느 날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미워하게 된 사람,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찾아가서 오히려 나도 잘못이 있다고 용서를 청하고, 미움과 원망을 털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 가슴 속에 있었던 큰 덩어리가 없어졌습니다. 소화도 잘되고 사는 것도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물질적인 손해 때문에 나의 영혼이 더 많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회개는 나를 다시금 신앙 안에서 기쁘게 살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이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자매님은 풍성한 열매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쉬는 교우 댁을 방문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형제님은 나 이제 성당에 나가지 않으니 앞으로 오지 마세요.’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시어머니는 내가 개신교회에 나가니 우리 아들과 며느리는 앞으로 성당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오지 마세요.’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방문하기 전에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주보를 전해 드릴 때 주보에 전화번호와 좋은 글을 써서 함께 넣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화를 내던 형제님도 많이 누그러지셨고, 개신교회에 다니던 할머니도 웃어주었다고 합니다. 아직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이 세상 한번 뿐이고, 죽으면 어찌 될지 모르니 신앙을 가져 볼 것을 권했다.’고 합니다. 이웃들도 그럼 성당에 한번 나가겠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기도와 전교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그 자매님의 말씀이 제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크고 화려한 성당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사제와 주교, 수도자들만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따뜻한 미소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이웃에게 작지만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쌀쌀맞게 대하는 쉬는 교우들에게 주보를 전해주고, 다시 한 번 찾아가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원망할 일이 있어도,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주님 때문에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감싸주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마음이 부서진 이를 고치시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 주시네. 별들의 수를 정하시고, 낱낱이 그 이름 지어 주시네. 우리 주님은 위대하시고 권능이 넘치시네. 그 지혜는 헤아릴 길 없네. 주님은 가난한 이를 일으키시고, 악인을 땅바닥까지 낮추시네.” 오늘도 주님을 따라 일상의 삶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분들에게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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