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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조연은 역시 조연다워야 / 대림 제2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06 조회수738 추천수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인간 존중과 인권의 신장은 복음의 요구이지만 요즈음 언제 부터인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짓밟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해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낸다. 교회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 그에 맞갖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보살펴야 할 게다. 그리고 2011년부터 이 대림 제2주간을 ‘사회 교리 주간’으로 지낸다. 현 시대의 여러 도전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교회의 ‘새 복음화’가 바로 사회 교리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깨우치려는 것이리라.

 

꽃들 가운데 장미가 제일 아름답다나. 그래서 사랑하는 이에게 장미송이를 많이 선물한다. 그런데 이 꽃다발에는 대개 안개꽃이 장미를 감싼다. 빨간 장미를 하얀 안개꽃이 받쳐 줄 때 꽃다발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인다. 이 작고 흰 안개꽃은 하나하나씩 보면 그리 드러나지 않지만 장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만은 뚜렷하다. 따라서 안개꽃이 없으면 장미의 아름다움도 덜 드러날 게 빤하리라.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라고 광야에서 외쳤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 요한의 설교를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들린다. 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이사 40,3 참조).” 그렇지만 유다인들은 이 외침의 의미를 정녕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전혀 모르기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를 알아보자. 그는 예수님께 자리를 내어 드리고 자신은 서서히 사라졌다. 요한은 자신은 지는 해요, 그분을 떠오르는 해로 여겨 그분의 선구자 역할을 다 한 뒤 조용히 물러났다. 그야말로 주님만을 돋보이게 하고 자신은 그분의 배경인 안개꽃 역할만을 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누구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 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게다. 그런데 주위에는 안개꽃처럼 다른 이의 배경이 되어 주는 이가 쾌나 있다.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남들을 묵묵히 떠받쳐 주는 사람, 그 옛날 요르단 강 가의 세례자 요한과 같은 이다. 우리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기꺼이 요한 마냥 안개꽃 같은 이가 될 수 있을까? 조연이 조연다울 때 그 드라마는 진정 감동을 주리라. 오늘을 사는 우리는 각자의 성화를 통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안개꽃 같은 역할만을 해야 할 게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요르단 부근의 모든 지방을 두루 다니며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다. ‘요르단’이란 ‘내려간다.’라는 뜻이란다. 그는 하느님의 그 높디높은 뜻을 그들에게 내려다 주었다. 하느님의 뜻이란 당신 피조물이 회개하여 당신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일 게다. 따라서 세례자 요한의 외침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억압하려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감으로써 거룩해지고, 그러한 삶으로 단순히 인간의 품위가 창조 모습 꼭 그대로 회복되기만을 바랐으리라.

 

요르단 강가에서 그들 백성에게 세례를 준 세례자 요한은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부터 말씀이시면서 빛으로 오신 예수님에게 분명히 구약을 마무리하면서 신약으로 아름다운 인계를 해 주고는 꽃이 되어 안개처럼 사라졌다. 조연은 주연을 마다하고 이처럼 조연일 때가 더 빛난다. 요한은 그분 영광을 드러내는 데 안개꽃과 같은 역할을 다하고는 구약의 시대로 사라졌다. 단지 아름다움만 가득 남기고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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