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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두려우면 쭉정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3 조회수1,395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5년 다해 대림 제3주일


<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


  
복음: 루카 3,10-18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두려우면 쭉정이 >

 

만약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 기발한 생각을 영화로 만든 것이 인셉션’(2010)입니다. ‘드림머신이란 기계로 가상 꿈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어떤 사람을 그 꿈속으로 빠뜨린 다음 자신도 그 곳에 들어가 상대의 정보를 빼내거나 의식을 집어넣어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비교가 아주 적당하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면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요셉의 꿈에 나타나게 하시어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신 것을 믿게 만들어 혼인하게 하시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사람을 꿈속으로 불러들여 그 사람에게 총을 들이대고 아는 정보를 말하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그것이 꿈인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은 그것이 꿈임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두려움에 쌓인 사람은 비밀과 정보 등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의 정보가 다 노출 된 것을 알지도 못하며 눈을 떠 그냥 꿈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꿈 안에서 상대의 정보를 빼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감한 사람들은 그것이 꿈임을 눈치 채기도 합니다. 분명히 자신의 집인데 카펫이 다른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꿈속에 있음을 눈치 챈 사람은 더 이상 자신에게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꿈임을 알기 때문에 죽어도 아무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정보를 빼 내는 사람들이 아무 힘도 쓰지 못합니다. 그 사람은 오히려 꿈임을 알고 날아다니며 아무 두려움 없이 꿈을 즐깁니다. 누구도 당해 낼 자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도 이런 네 부류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어 우리를 자신들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세력과, 이 세상이 전부인양 무언가를 잃는 것이 두려워 그들에게 휘둘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유인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편도 하나 더 있습니다.

어쨌건 이 세상도 죽으면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되는 새로운 탄생을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이요 꿈임을 아는 사람은 결코 이 세상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려움 없이 이 세상을 즐기다가 주님께로 돌아가게 됩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시는 분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이 세상의 역할은 우리가 알곡인지 쭉정이인지 구별하는 것입니다. 구별하는 방법은 바로 키질을 하는 것인데 쭉정이는 바람에 날려가고 알곡만 키 위에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쭉정이인지 알곡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람에 날리고 있는지 아닌지만 알면 됩니다. ‘바람은 이 세상에서 나에게 불어오는 두려움입니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것입니다. 그러나 멀리서 불어오는 큰 바람을 보자 그만 두려움이 사로잡히게 되고 물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알곡인줄 알았는데 결국 쭉정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인 것입니다. 이는 그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두려워하면 아직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채워진 알곡은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꿈과 같기는 하지만 허황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를 이 인생 안에 살게 하셨다면 어떤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알곡이 되도록 훈련하라는 뜻입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최 부제로 나오는 강동원이 그런 인물로 그려집니다. 마귀는 강동원의 어렸을 때 기억을 이용해 두려움을 주어 그가 자신을 쫓아내려는 사제를 돕지 못하게 만들려합니다. 강동원은 개를 무서워해서 어렸을 때 동생을 잃었던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건드려 두려움이 극대화되게 하여 결국 도망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 맞서게 됩니다. 다시 알곡이 된 것입니다. 마귀는 두려움이란 무기를 이용하고 하느님은 끊임없이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결국 바람은 지나가면 그만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키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은 하나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한 번은 제가 꿈을 꾸었는데 한 예쁜 여자와 신혼생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꿈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식탁에 앉아 아내가 차려주는 음식을 기다리는데 아내는 음식을 차려주며 잔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왜 양말을 뒤집어 놓았느냐, 치약을 왜 중간부터 짜 쓰냐 등의 시시콜콜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직장으로 출근하려고 하는 데 참으로 들어주기가 거북했습니다. 속으로 신혼 때도 이 모양인데 평생을 어떻게 살지?’하며 이내 불평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눈을 떴는데 사제관인 것입니다. 저는 일어나 앉아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성호를 긋고 사제가 되게 해 준 것에 대해 찬미를 드렸습니다.

꿈이 저에게 교훈을 준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마치 이런 교훈적인 꿈과 같습니다. 사제로 살기 위해서는 혼인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바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합니다. 두려움은 집착과 욕심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알곡이 되기 위한 준비로 세례자 요한은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고, 세리들에게는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고 하며, 군인들에게는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고 권고합니다. 사실 이 세상에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에게는 이 세상 것이 아무 가치도 없어져서 나누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쭉정이는 이 세상 것을 좋아하기에 조금만 가난해져도 그 바람에 휘청대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행실로 자신을 세상 집착에서 떨어뜨려 놓으라고 일러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께 조금이라도 봉헌을 하라는 이유도, 가난한 이를 도와주라는 이유도, 모두 에덴동산에 있던 선악과까지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훈련의 목적으로도 그런 명을 내리시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알곡이 되는 방법은 그런 행실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 안에 무언가로 들어차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성령입니다. 행위로 노력하는 것을 물의 세례라 한다면, 성령으로 채워져서 저절로 자신의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내어주게 되는 세례를 성령과 불의 세례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생명까지도 구원을 위해 바치는데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성령은 불이고 그 불은 우리 안의 욕심을 태워 없애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령으로 채워졌다는 증거는 바로 이 세상 것에 대한 욕심으로부터의 탈출이고, 더불어 이 세상 것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의 탈출입니다. 따라서 두려워하면 아직은 쭉정이 쪽에 가깝고 내 안에 성령도 충만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는 조금씩 더 알곡을 채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맙시다. 사랑엔 두려움이 없습니다. 두려워하면 세상에 속한 사람이고 쭉정이에 불과합니다. 불에 태워질 쭉정이가 아니라 주님의 곳간에 들어갈 알곡이 되도록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단련해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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