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1542년 스페인 아빌라의 폰티베로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을 체험한 그는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였다. 이후 그는 ‘아빌라의 성녀’로 잘 알려진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이바지했다. 1591년 세상을 떠난 그는 1726년에 시성되었고, 1926년에는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로 널리 인정받는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르침을 주고 계셨다. 그곳에서 가르치신다는 것은 성전의 주인이심을 드러내는 것일 게다. 그분께 권위 있는 가르침을 들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이심을 굳게 믿게 되었으리라. 그분의 가르침은 그 어느 스승이나 율법학자의 그것보다 뛰어나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었으니까.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마태 21,23ㄴ) 우리도 이따금 하느님께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실 뿐, 아무 대답을 하시지 않으시는 것 같다.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마태 21,27)라고 예수님께서도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그러하셨다.

사실 예수님은 어디에서 공부를 한 적도, 자격을 가지지 않으셨다. 그러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예수님의 정통성과 법적인 권한에 대하여 따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묻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권한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정당성을 주장하셔야 할 차례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따지길 일삼는 그들에게 당신의 정당성을 주장하신다면 오히려 그들의 덫에 걸리시리라.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 서냐?”라며 되묻는다.

예수님께서는 단 한 번도 사람들의 일을 방해하시면서 당신 일을 하신 적이 없다. 그분께서 하신 일은 언제나 백성을 살리시는 일이었다. 그러나 백성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일에 방해 거리가 된다고 생각했으리라. 하느님을 믿고 율법을 신봉하는 자들이 하느님의 일에 참견하고 시비를 거는 꼴이다. 더더구나 그들은 그분께서 누구이시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하느님의 일을 하시건만 그래도 알 만한 ‘성전의 이들’이 죄다 공격한다. 백성을 위한 일이건만 적어도 배웠다는 ‘율법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핍박을 가한다. 세례자 요한에게도 그랬고, 예수님께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좋은 일을 했지만 제대로 대접 못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만큼 세상은 불공평하다. 세상에서 공평을 원하면 늘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게다. 공평함은 하늘나라에서만 늘 가능한 일이니까.

예수님께서는 구원을 위해 일하셨지만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트집만을 잡는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래서 그분께서는 ‘요한의 세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고 조용히 반문하신다. 생각할 기회를 주시려는 배려일 게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곧잘 오해받으셨다. 믿는 이들이 오해받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리라. 옳은 일을 한다고 ‘늘’ 정당하게 평가받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때로는 억울하지만 세상에 대해 가끔은 화내지 말고 살아야 하리라. 특히 이 대림의 시기에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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