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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수도생활 쇄신의 투사(鬪士) 십자가의 성 요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4 조회수1,273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수도생활 쇄신의 투사(鬪士) 십자가의 성 요한


 

언젠가 규모가 엄청난 외국의 한 대수도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배우처럼 멋지게 생긴 대수도원장께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색창연한 대수도원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셨는데...미로에 미로, 수많은 방들...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아빠스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은 열 명 남짓한 노(老)수도자들로 구성된 쇠락한 수도원, 유명 관광지로 전락해버렸지만 한 때 그 수도원은 그 지역의 정치나 경제, 사회나 문화의 중심지였답니다.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는 과거의 대단했던 식당이나 성당의 규모를 보면서 한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몸담고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밀물처럼 수많은 지원자들이 수도원 문을 두드리다보니 부작용도 많았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성소 식별 작업도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입회를 했습니다. 복음삼덕의 실천이나 깊이 있는 영적 생활, 형제적인 봉사와도 같은 수도생활의 본질적인 측면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생계나 출세의 방편으로 수도원 문을 두드린 사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당시 많은 수도원들이 수도자로서의 질적인 하락은 물론 심각한 수도생활의 위기 상황 앞에 직면했습니다. 어떤 수도원들은 완전히 기강이 해이해져서 단단히 마음먹고 입회한 수도자들은 ‘이게 과연 수도생활인가?’고민할 정도였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수도자들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영성생활은 완전 뒷전이었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한 청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십자가의 성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은 가르멜 수도자로서 살아가겠다고 서원을 합니다. 그러나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기강과 영성의 결핍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제서품 1년을 앞둔 어느 가르멜회를 떠나 카르투시안회로 입회할 마음을 먹고 있을 때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아빌라의 데레사를 만납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즉시 가르멜회의 개혁을 위한 계획에 착수합니다. 요한은 남자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 데레사는 여자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에 몸 바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잘 말해주듯이‘개혁’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개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한 산길이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끝도 없이 펼쳐졌습니다. 요한이 동료수도자들에게 개혁의 청사진을 펼쳐 보인 즉시 직면한 것은 극렬한 반대와 분노, 그리고 이어진 무자비한 폭력과 감금이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동료 수도자들이었습니다. 동료들은 복음에로의 회심, 쇄신된 수도생활 계획을 외치는 요한을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감방에 감금시켰습니다. 그는 몇 달 동안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짐승 같은 세월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때로 그는 반대파 수사들 앞으로 끌려 나가 무릎 꿇린 채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 모진 박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개혁을 향한 굳은 의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마침내 당대 교황은 자치권이 있는 지부를 형성하도록 ‘개혁 가르멜회’를 승인했습니다. 요한은 가르멜 수도회 중앙 지도부에 머물면서 수많은 수도회들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몸 바쳤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수도생활을 가로막는 요소들에 대해서 요한은 가차 없이 메스를 댔습니다. 수도생활의 물을 흐리는 수도자들에게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는 늘 이 시대 수도회 쇄신을 위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과감하게 추진해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하느님을 향한 강한 신뢰와 용기, 겸손으로 무장한 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 영적인 삶의 가치는 뒷전인체 세상의 허황된 것들에 눈이 멀었던 당대 일부 몰지각한 수도자들을 향한 요한의 호소가 마치 오늘 우리 수도자들에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으며 위대한 대상을 찾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불림 받은 동료 수도자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대체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지금 여러분은 어디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목숨 걸고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한 것인지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영혼은 눈이 멀었습니다. 정말 찾아야 할 것은 찾지도 않으면서 엉뚱한 것을 찾아다니는 여러분, 참으로 안타깝고 가련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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