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5 조회수1,322 추천수11 반대(0)

제가 바빠서인지, 듣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성탄노래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맘때면 성탄을 떠올리는 노래를 많이 듣곤 했습니다. ‘고요한 밤, 화이트 크리스마스, 징글벨, 경사롭다.’ 주님의 성탄은 곧 다가오는데, 바쁜 일상 때문인지 다들 무심하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교구청에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당에 있으면 이 무렵이 무척 바쁘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김장을 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본당 달력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성사표도 나누어 주기도 하고, 판공을 보기도 하고, 성가대는 성탄미사곡 연습을 하고, 아이들도 성탄 연극을 준비하기도 하고, 노인대학, 레지오에서도 그렇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참견을 하며 성탄의 분위기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신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에 대한 면접을 하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요구하는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면접을 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교리 시험 준비를 잘 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성적이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과의 면접은 쉽지 않습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고, 인성이 좋지만 성적 때문에 신학교에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준비를 하도록 권하기도 하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쉽게 작년에 지원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올해는 좋은 성적을 얻은 친구를 만나면 마치 제가 그런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저의 성격에는 잘 맞지 않는 일이기에 매번 면접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그리고 연수를 통과해야 하듯이,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 또한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매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본당 출신이지만 한 학생은 신학교에 지원하게 되었고, 다른 학생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기에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는 함께 신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의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에 굴복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거센 도전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실천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생각은 실천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문명의 발달이 되었고, 이것이 역사가 되었고, 이것이 생존의 열쇠가 된 것입니다.

 

발효와 부패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다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발효의 과정에도 냄새가 나고, 음식이 상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발효된 음식은 더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새로운 영양을 제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변화됩니다. 부패는 그 과정이 발효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부패된 음식은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오래되어 곰삭은 묵은지, 된장, 간장은 그 맛이 특별하고, 우리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그것은 부패하지 않고 발효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신앙생활은 많이 배운 것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율법과 가까이 있다고 강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하는 일의 직책에 따라서 더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누구나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자신을 변화시키면 그 신앙은 성장하고, 은은한 영성의 향기가 이웃들을 기쁘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겉이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의식과 마음이 부패하면 하느님께로 나갈 수 없습니다. 비록 겉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변화되면 주님의 정원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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