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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빵 뒤에 숨은 신비......내게 폭포수 같은 은총의 선물을 주신 하느님!/김웅열 신부님 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6 조회수1,177 추천수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녁단상 - photo by 느티나무신부님

 

 

 

 

†찬미예수님

 

이천년 전, 예수라는 사나이에게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열광했을까요?

특별히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을 엄청 잘 하는 것도 아니며

유명한 랍비의 제자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명색이 다윗가문이긴 하지만 나사렛 촌동네에서 미혼모가 낳은

예수에게 사람들은 왜 그토록 빠져 들었을까요?

굶어가면서까지 예수님을 쫓아다닌 가장 큰 이유는 ‘기적’ 때문입니다.

 

기적 가운데서도 영적인 치유보다는 ‘육적인 치유’ 때문이지요.

‘저 사람 옷자락만 잡아도 병이 낫는대!’

‘죽은 사람도 저 사람이 살렸대!’

예수님이 메시아이기 때문에 아니지요~

예수님의 말씀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요.

예수님을 따라다닌 사람들 90% 이상이 ‘육적인 치유’ 때문이었습니다.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기적을 좋아합니다.

교회도 기적을 찾고 있지요.

최양업신부님이 복자품에 오르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 기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배티 성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았어요.

그러나 영적인 치유는 증명이 안 돼요.

우리 개개인도 기적을 원하지만, 교회도 간절히 기적을 원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최양업신부님 시복이 될 거예요~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지요.

여러분이 아멘이라고 하셨으니 아마 꼭 될 겁니다.

 

종교학자들이 말하기를 한국 사람들의 종교성향은 기복이 강하다고 합니다.

내세를 강조하는 종교는 한국에서 뿌리 내리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내세는 죽어봐야 알겠고~

일단 이 세상에서 안 아프고, 고통 없고..... 이런 걸 원해요.

 

지난주 복음이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장정만 5천명을 먹이고도

12광주리가 남았다고 했습니다.

장정이 오 천명이라면 거기에 아마 여자는 그 세배가 넘었을 겁니다.

 

그런 기적을 보고 나서도 사람들은 더 드라마틱한 기적을 요구합니다.

‘앞으로 무슨 기적을 보여서 우리를 믿게 하시렵니까?,

기적중독증, 다른 말로 은총의 불감증 환자들입니다.

 

성지 와서 받는 첫 번째 은총은

하느님이 나를 은총으로 이끌어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속 썩히는 내 남편이 은총덩어리구나!’‘

경찰서에 드나들던 큰아들 때문에 온 가족이 다시 냉담을 풀 수가 있었구나!’

 

사람들은 수많은 기적을 쫓아다니면서 더 자극적이고 더 멋진 자극을 원했습니다.

‘이번에는 뭘 보여주실 겁니까?’

물 위를 걸어가는 기적, 풍랑을 잠잠하게 하는 기적,

치유, 구마, 소생의 기적까지 했건만 더 내놓으라고~

새로운 표징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

 

그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영원한 양식을 얻기 보다는

육적이고 세속적인 축복을 끊임없이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토록 무수한 기적을 보고도

‘우리들에게 무슨 기적을 보여서 당신을 믿게 할 겁니까?’

 

본당신부 할 때입니다.

결혼한 지 십년이 넘은 부부인데 애가 안 들어서서 애를 태웠습니다.

병원에서는 의학적으로는 ‘애를 낳을 수 없다’ 라는 진단을 내렸지요.

제가 그 자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느님은 할 수 있으시다!”

 

성령기도회에서 철야기도를 하는데 그 자매는 열심히 기도회에 나왔어요.

눈물로 애원하고 기도한지 6개월 만에 애가 들어섰어요.

열심히 태교도 하여 잘 생긴 아들을 낳았어요.

이름도 나보고 지어달라고 해서 ‘은총, 이라고 지어줬어요.

물론 세례명은 ‘토마스 아퀴나스’ 라고 했지요.

 

100%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산부인과에 보고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 아이가 생기고 임신 6개월부터 성당에 안 나옵디다.

그런데 돌떡을 돌릴 때까지도 안 나와~

“루시아, 왜 성당에 안 나오냐~”

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디다.

그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니 아이 교육뒷바라지 때문에 신앙생활을 할 수가 없다~ 네요.

 

하느님이 주신 그 선물 때문에 신앙생활을 못한다니~

은총이라고 이름을 잘못 지어주었어요.

은총이 아니라 어미 신앙 막는 마귀새끼지~

 

하느님의 선물을 망각하고 교만하게 사는 것이

인간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이요,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너희는 오늘 배불리 먹은 빵 때문에 나를 따라다니지만

그러나 그 빵은 썩어 없어지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 빵을 얻으려 하지 말고,

그 빵 뒤에 숨어있는 신비를 찾아보아라!’

이것이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선물을 주신 하느님 보다는 선물에 더 마음을 두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앞으로 더 이상 기적을 보여 달라는 투정은 하지 맙시다.

 

어느 성인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기적은 언제 올까요?’

‘기적은 네가 애착하는 마지막 한가지까지 포기할 때 온다!’

깊은 밤의 끝자락에 새벽이 찾아오듯~

기적은 다른 말로 ‘포기’ 입니다.

나에게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원한다면 포기하십시오!

 

방금 전에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 수혜자들이

또 다른 자극적이고 멋진 기적 하나 더 보여 달라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도 기적입니다.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기적입니다.

손가락 열 개가 움직이는 것도 기적입니다.

 

 

내 손가락으로 묵주를 굴릴 수 있는 손가락 두 개만 있다면~

내 두 다리로 성당 문턱만 넘을 수 있다면~

나병환자 중에 배에다가 고무창을 깔고 기어서 성당에 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머리에서 발가락 끝까지 은총으로 덮여있는데도 그것을 모릅니다.

하느님이 은총으로 주신 선물 때문에

신앙을 잃어버린 어리석은 그 여인이 되지 맙시다.

 

지금 이 순간, 심장이 뛰는 것도 은총입니다.

여러분 심장에게 손을 대고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

 

예전에 군종신부 하면서 특전사에 근무할 때 바다에 빠트리고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어서 나중에 약한 심장이 멈추었습니다.

‘주님, 이 심장 다시 뛰게 해 주십시오!’

짠 바닷물을 먹으면서 심장이 다시 뛰는 소리를 들었어요.

숨 쉬는 것도 은총인데 더 이상 어떤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십니까?

 

잠시 눈을 감으십시오.

주님, 저희는 은총덩어리임을 믿습니다.

하루하루 기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믿습니다.

 

내 몸 안에서, 내 영혼 안에서, 내 가족 안에서~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폭포수 같은 은총을 주심을 믿습니다.

 

저희는 교만하고 겸손치 못하여 늘 달라고만 했습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 가운데 저를 천주교신자로 선택하여

천주님의 자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것, 기적임을 믿습니다.

 

미사에 나오고 싶어도 유혹으로 냉담하거나 몸이 아파 못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제 발로 이 먼 성지까지 와서

말씀과 성체를 영하게 해 주신 것, 기적임을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과 좌절로 죽음을 생각하고

때로는 의지할 곳 없어 방황할 때,

하느님께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신 것, 기적임을 믿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이것이 또한 기적이요, 은총임을 믿습니다.

화나고 분노할 때, 내 감정대로 하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인내와 절제 주신 것, 기적임을 믿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솔직하게 고해할 수 있게 해 주신 것,

이것 또한 기적임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교회 안에서 셀 수 없는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갑니다.

자식에 대한 축복, 돈과 건강은 받은 것이 없다 해도

굶어죽지 않고 일용할 양식 먹고 이렇게 사는 것 감사합니다.

 

주님이 선물 때문에 하느님 멀리하는 어리석은 사람 되지 않도록 이 미사 중에 기도하면서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기도하면서 성체를 영하도록 합시다. 아멘

 

 

 

♧느티나무신부님 (2015. 8월 1일 배티은총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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