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7 조회수932 추천수17 반대(0)

지난 토요일에, 제가 도움을 주고 있는 복음화 학교에서 하루 피정을 하였습니다. 총대리 주교님께서 하느님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고, 미사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복음화 학교 사람들에게는 기쁨이고,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주교님으로부터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주교님께서 자리를 함께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된다면 그것은 제게는 기쁨이고, 영광이 될 것입니다. 아마 우리 가문의 족보에 그 사실이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되시면 그것은 서울대학교에 영광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교황님의 방문을 기록으로 남겨 놓을 것입니다. 작년에 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해 주셨고, 명동 성당에서 미사를 함께 해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방명록에 작은 글씨로 이름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것은 물론 한국교회와 명동 성당의 기쁨입니다. 그만큼 교황님의 인품과 교황님의 말씀이 크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것이 자신에게는 큰 기쁨이요, 영광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제가 오히려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겸손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 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아드님이 직접 세례를 받으셨으니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품격이 더욱 높아진 것입니다. 회개의 표시로 받았던 세례는 이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가 되었습니다. 지난날의 모든 죄를 용서받는 표시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브라함으로부터 계속되는 이스라엘 민족의 긴 족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이는 왕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방의 여인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어떤 이는 유배를 당해서 죽었습니다. 어떤 이는 신앙심이 깊었습니다. 어떤 이는 커다란 잘못을 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족보가 품격이 높아진 것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그 가문에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혈통과 가문으로 맺어지는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이는 모두 한 형제이고 자매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의 품격을 높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본당에는 역대 신부님들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적성 성당과 시흥 5동 성당에도 저의 사진이 걸려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사진들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하느님의 크신 계획을 위해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감독이 있습니다. 감독은 배우들의 역할을 정해 줍니다. 어떤 배우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주 나오곤 합니다. 어떤 배우는 짧게 나오지만 그 역할이 강렬하여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배우는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아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배우들은 악역을 맡아서 영화가 끝났어도 관객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감독의 뜻과 감독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것입니다. 자신의 뜻과 자신의 욕심이 들어간 연기가 아니라, 전체 영화를 빛내주는 그런 연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한번이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때로 허망하기도 하고, 욕심을 부리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이 하느님의 크신 계획에 따라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인생은 이어 달리기입니다. 비록 지금 부족하다고 해도 다음 세대가 더욱 잘 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의 성공과 명예는 이전 세대의 땀과 노력의 결과라는 겸손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어 달리기의 끝은 하느님께서 결정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의 구간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서 말씀에서 가족과 족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족은 이해관계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족보역시 그렇습니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희망이 가족과 족보의 바탕입니다. 우리가 형제자매라고 부르는 것은 신앙 안에서 우리는 믿음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