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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는 영리 병원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작성자이부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17 조회수922 추천수4 반대(0) 신고

 

 

 

 † 평화를 빕니다.

교회는 영리 병원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최근 인천교구에서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의 노사문제와 국제성모병원의 의료급여 부당청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노사 간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인천성모병원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노사문제가 일어날 때면 중재를 위해 달려갔던,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권오광 대표를 만났다.

 

▲ 권오광 대표는 교회사업장의 공공성 확대를 기대한다. ⓒ한상봉

 

 

권오광 대표는 “교회가 가진 노동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노동조합도 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라면서 교회와 노조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노동조합은 단위사업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상급단체가 있다. 병원 노조의 경우엔 보건의료노조가 상급단체다.

 

그런데 교회는 신자들이 다수 가입되어 있는 단위사업장 노조만 인정할 뿐 교회와 직접 상관없는 상급단체와 대화하는 것은 극히 꺼린다.

 

단위노조와 상급단체의 연대를 외부세력의 개입이라고 여기는데, 이런 개입을 막기 위해 아예 단위사업장 노조마저 불편하게 생각한다.

 

노조가 없으면 딱 좋겠다는 태도다.

 

또한 노사간의 관계를 성직자-평신도의 상하관계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노동조합과 사업주인 교회의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라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노동조합은 교회의 권위를 존중해주면서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잘 모르고, 교회 역시 노동조합과 협력하려는 대신 권위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사제, 수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데 익숙합니다.

 

그러다보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동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죠.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은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된 사업장이니, 희생과 봉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자신도 희생과 봉사를 하고 있으니 노동자들도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 결과 시간 외 노동도 봉사라며 당연시하고, 적은 돈을 받더라도 만족하기를 기대합니다.

 

제와 수도자는 공동체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체감하지 못해요.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고 일용직 노동자도 있는데, 월급을 300만원이나 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지요.

 

평균 연봉을 9천만 원이나 받는 공공정부기관에서 3만원 때문에 임금교섭이 안 된 적도 있어요.

 

연봉에 비교하면 3만원은 아주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노동자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자존심이 걸려 있어서 그런 거죠. 교회는 이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권오광 대표는 노동조합도 교회의 특수성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조직의 경우 주교님 홀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주위에서 조언하는 이들이 중요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노동조합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고 교회를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권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대전성모병원에서 노사조정에 참여한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교회와 대화할 때 피해야 할 일에 대해서 원칙도 갖게 된 기회였다.

 

교회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사제와 수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발언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권 대표는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노동조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주교를 찾아가 노동조합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교회의 원로를 찾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 이야기 했다.

 

무엇보다 교회를 적대적인 상대로 상정해서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사문제를 떠나서, 권오광 대표는 교회가 대형병원 같은 영리사업에서 한 발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성가복지병원’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교회가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복음정신에서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애초에 학교와 병원을 설립할 때 가졌던 목적을 지켜내기 어렵습니다.

 

병원이나 학교를 경영하다보면 무한경쟁에서 자유롭지 않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다 보면 교회의 정신을 잃게 됩니다.

 

돈을 벌려면 큰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적은 인건비를 주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경영원리를 교회사업장에 적용하면서 발전하려면, 교회는 노동자들에게 더 악랄해져야 하고 다른 기업들처럼 욕을 먹게 됩니다.”

 

교회의 살림을 위해 병원사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권 대표는 “교회의 정신만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것”이라 답했다.

 

“헌금을 제대로 운영한다면 교회 운영비가 모자랄 수 없다.”라고도 했다. 그 예로 신학교를 들었다.

 

교구마다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교구들이 서로 연대한다면 지방에 큰 사립대학 하나를 세워서 공동의 신학교로 운영할 수 있고, 지금 사제양성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만으로도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는 것이다.

 

“병원은 공공기관이에요. 사회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보아야지, 영리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본다면 사회복지의 개념마저도 잘못 이해한 것이죠.

 

병원의 경우 법인이 이익을 챙기는 게 아니라,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전입금을 내는 것이 옳습니다.

 

반대로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교회운영에 쓰면 그것도 안 되는 거죠. 병원의 고위직에 사제와 수도자를 앉혀놓고, 그들의 인건비를 교회에서 가져가는 방식도 옳지 않아요.

 

사제와 수도자의 사명이 돈벌이 경영이나 수익창출에 머물면 안 되잖아요.”

 

물론 이미 운영 중인 병원 사업에서 손을 떼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에 대해 권오광 대표는 대안으로 ‘위탁 경영’과 ‘공공의료기관화’를 제안했다.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활용하도록 교회가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으로는 공공의료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으로 영리병원이 늘어갈수록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논의하여 지원을 받고, 교회의 사회사목 예산을 보태어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교회의 사명에 충실하게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회 지도층의 분명한 사고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권 대표는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대표 인터뷰


이희연 기자 / 뜻밖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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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광송 (이용현 알베르또 신부님) ♬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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